『엔貨, 금년말 1달러 160엔 추락 가능성』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30분


일본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세계경제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11일 8년만의 최저인 달러당 1백47엔대로 곤두박질친 엔화가치는 시장개입이 없으면 향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악화하는 일본경기〓일본 경제기획청은 11일 발표한 ‘8월 월례경제보고’에서 “현재 경기는 ‘바닥을 기는 혼미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정체(停滯)가 길어져 계속 어려운 상황’이었던 지난달보다 경기가 더 나빠졌음을 공식 인정한 것.

일본정부가 경기판단을 하면서 ‘바닥을 기는 혼미’라고 표현한 것은 거품경기가 붕괴하면서 불황에 빠져든 93년 이후 처음이다.

경제기획청은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고 △기업구조조정으로 실업이 늘고 있으며 △기업의 설비투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가치와 주가의 급락〓11일 한때 1백47엔대까지 떨어진 엔화가치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 이노구치 조지(井口護二)연구원은 “일본의 경기침체와 막대한 부실채권 등 기본 여건을 고려하면 엔화가치 하락은 당연하다”며 “미국과 일본이 협조개입하지 않는 한 머지않아 달러당 1백50엔대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슈뢰더증권 일본현지법인의 경제분석가인 앤드루 슈플리는 “일본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서두르지 않으면 올 연말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60엔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 “미국과 일본이 엔화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소극적이어서 아시아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근거로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꺼리는데다 △미국경제는 호황이어서 엔화약세에 따른 무역역조를 견딜 수 있고 △일본도 내수를 부양키 위해 금리인하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엔화가치와 함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도 연일 급락해 11일 2년7개월만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금융시장이 총체적인 불안에 빠져들면서 아시아 경제에도 악영향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정부의 대응방안〓일본정부는 “엔화약세가 과도하면 단호히 대처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외환시장에 단독개입해봐야 별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따라서 미국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하지만 미국이 다시 협조개입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엔화가치의 급락으로 수출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중국은 “미일(美日)이 엔화약세를 방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급해진 일본정부는 일단 정부보유 일본전신전화(NTT) 주식을 증시에 매각, 1조엔 가량을 확보해 경기부양 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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