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시장 「거품」꺼진다…「高달러-低엔」종식 합의한 듯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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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의 강세기조가 올 가을쯤이면 약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미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일본이 엔화가치 회복을 위해 강력한 시장개입에 나서자 미국은 이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국이 ‘고(高)달러 저(低)엔’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동 환율정책을 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고달러시대’가 끝나고 세계경제의 밑그림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일의 움직임〓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9일 “엔화가치 회복을 위한 일본정부의 시장개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97년 2월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22.8엔일 때 “달러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2개월후 1백10.6엔으로 떨어지게 하기도 했다.

미국의 일부 국제금융전문가들은 달러강세가 수입물가를 내려 미국의 물가상승을 막는데 도움을 주지만 미국 수출품 가격의 상승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무역수지 적자의 확대와 경제성장률 저하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일본 역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미국 내에서 반일감정이 높아지고 무역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공조(共助)하는 이유〓미 일 양국이 달러강세를 꺼리는 근본 이유는 지나친 달러화강세와 이로 인한 미국 주가폭등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세계경제의 3대 폭발요인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폭락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인도네시아사태 악화를 꼽고 있다.

특히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는 가장 가능성이 높고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전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은 ‘거품’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있다.

87년초 호황때 최고 2,246이었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주가는 현재 9,000선. 최근 미국의 실물경기가 탄탄하다고는 하지만 10여년 사이 4배 이상의 상승은 지나쳤다는 것이 미 일 경제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이 최근 달아오른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갈 곳을 잃은 국제투자자금이 일제히 몰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될까〓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클린턴행정부가 주가 상승행진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미 금융시장의 거품이 연내에 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와 금융계는 미국의 주가폭락에 대비, 세계경제와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달러대 엔화의 적정환율을 전망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당분간 달러당 1백25∼1백30엔선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95년 4월의 83.7엔에 비해 현재 60% 정도 올랐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한국의 외채상환부담은 줄어드나 미 금융시장의 폭락은 한국금융시장을 뿌리째 뒤흔들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

〈도쿄·워싱턴〓권순활·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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