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화교상점 곳곳 약탈방화…시위대 점점 격렬해져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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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과 실업증가에 인도네시아 국민의 산발적인 항의시위가 유혈폭동사태로 변하면서 양상도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교(華僑)계 상점에 대한 약탈과 방화가 늘면서 시위양상이 폭력화하자 군과 경찰이 발포,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30여년만에 최악의 위기가 인도네시아 전국을 감싸고 있다. 시위대들은 물가앙등에 대한 항의와 화교에 대한 적대감 표출을 넘어 정치권의 부패를 비난하면서 32년간 집권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인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수하르토대통령이 시위대에 강경대처를 지시하고 경찰이 수도 자카르타에 집회금지령(22일∼3월18일)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시위는 대부분 식량 등 생활필수품과 의약품의 소매가격을 좌우하는 화교들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는 형태로 발생. 현재까지 중국계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 1백50여곳이 파괴됐으며 반둥시에선 15일 수백명의 무장경찰과 병사들이 시내를 순찰하고 있는데도 중국인 상점들은 폭력사태를 우려해 대부분 철시상태. 화교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애꿎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며 일부는 졸지에 집과 가게를 잃고 경찰서에서 보호를 받는 신세. 한 화교는 “가게로 들어온 폭도들이 손가락의 반지와 입고 있던 셔츠, 심지어 아내의 목도리까지 뺏어갔다”며 울먹. ○…자카르타 등 대도시에서는 군과 경찰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거리를 순찰하는 등 시위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파톡 베시 등 일부 지방도시에서는 시위대가 화교상점을 약탈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교통정리만 하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시위가 단순히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동기’가 없기 때문에 경찰은 폭력의 발산을 방치하는 것 같다고 분석. 〈자카르타·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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