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ANC의장직 40년만에 사임…고별식 3천여명참석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79)이 16일 흑인정권을 수립하는 결정적 원동력이었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직에서 40년만에 물러났다. 만델라 대통령은 이날 3천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마피켕에서 개막된 ANC 창립 50주년 기념 전당대회에서 의장직을 내놓았다. 그의 ANC 의장직 퇴임은 27년간의 투옥생활을 포함, 60년간의 정치역정을 마무리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ANC 의장직은 타보 음베키 남아공 부통령겸 ANC부의장(55)이 물려받는다. 그는 14세때 ANC에 투신, 20세때부터 27년간 해외에서 백인정부에 대한 투쟁을 이끌어온 인물. 음베키 부통령은 이어 99년 만델라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직에도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만델라는 이미 음베키에게 내각과 ANC의 권한을 점진적으로 위임하는 등 정권이양을 준비해왔다. 공개석상에서 『젊은 사람에게 책임을 넘겨주고 20명이 넘는 손자 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했다. 흑인해방을 위한 게릴라 조직으로 출발한 ANC는 백인 정부에 대한 오랜투쟁끝에 94년 총선에서 압승, 집권당으로 변신했다. 흑백 화합의 상징성만으로도 인기를 누리던 만델라가 떠남으로써 ANC는 시련과 도전을 극복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만델라는 4시간에 걸친 고별연설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민주체제로 바뀐 것은 기정 사실인데도 백인들이 특권을 고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ANC의 과제를 제시했다. 실제로 흑인집권 후에도 40년간의 백인 통치가 남긴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속시원하게 시정되지 않았으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부패와 범죄도 근절되지 않았다. 만델라의 인기는 변함없지만 집권당 ANC의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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