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외국 브랜드. 그 파상공세에 국산브랜드들이 힘없이 나가떨어지고 있다. 「부상」을 하고 쓰러진 국산브랜드의 비명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그러나 외국제품을 보기좋게 누르고 「휘파람」을 부는 제품도 있다. 특히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초거대 브랜드를 꺾고 있는 몇몇 국산 제품들의 선전은 눈부시다.
이들 제품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외국브랜드의 공세에 맞서는 지혜를 배워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는 「나이키 신화」에 제동을 건 제품. 전세계 1백여곳에서 1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에 한국 시장에서만은 2등의 「수모」를 안기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작년 1천8백억원의 매출로 국내시장 점유율 21%를 기록, 한국내 판매액이 1천3백50억원인 나이키를 큰 차이로 눌렀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등을 동원해 물량공세를 펴는 나이키를 제친 비결은 뭘까. 세가지로 요약된다. 순발력과 일류의 품질,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전략.
나이키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81년 4월. 이 「거인」은 국내시장을 금방이라도 석권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제상사는 재빨리 프로스펙스를 내놓았다. 불과 6개월만의 신속한 대응이었다.
제품의 질로도 승부를 걸었다. 프로스펙스는 「프로선수들이 착용할 정도」라는 의미. 그만큼 고품질 고기능을 표방했다.
국내 최초로 개설한 스포츠제품과학연구센터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최고 이미지를 쌓아나갔다.
동시에 국민의 자긍심을 강조하는 광고캠페인을 전개했다. 일본군위안부 학도병 이순신장군 등을 내세워 「메이드 인 코리아」의 우수성을 심어나갔다.
「품질을 갖춘 국산」 이미지는 잘 먹혀들었다. 초반 나이키와 접전을 벌이더니 85년부터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문화를 상징하는 청바지. 리바이스 리 등 미국산 청바지는 지구 곳곳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유니폼」으로 침투해 있다. 그런 미국산 청바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를 못펴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기를 꺾은 주역은 태승 트레이딩의 닉스(Nix). 94년 2월 시장에 나온 닉스는 바로 돌풍을 일으키며 그때까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미국 청바지의 기세를 무너뜨렸다.
닉스의 성공포인트는 「한국적인 진」의 개발에 있었다.
청바지가 세로로 줄이 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워싱(물빼기) 기술과 바지를 허리가 아닌 골반뼈 부위에 걸치도록 한 디자인으로 한국인의 체형에 맞췄다.
또 한가지는 청바지에 대한 고정관념 파괴. 유초연(兪初娟·28)디자인팀장은 『막 입는 옷 쯤으로 여겼던 청바지를 하나의 패션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값도 미국산보다 오히려 비싸게 매기고 철저하게 노세일(No Sale)을 고수했다. 「국산〓싸구려」라는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과감한 발상이었다.
이같은 닉스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산 청바지는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굴욕적」 경험을 한국에서 하고 있다.
「골리앗」을 이긴 또 하나의 신화 제품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
84년부터 10여년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해온 것은 미국의 모토롤라였다. 세계 통신시장의 석권을 노리는 초국적 자본이다.
그러나 삼성은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지 5년만인 94년에 내놓은 애니콜로 그 아성을 무너뜨렸다.
애니콜의 성공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포착한 데서 비롯됐다.산악이 많고 기지국 사정이 열악한 탓에 국내 소비자들은 통화중단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삼성은 이를 정확히 읽고 전파수신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단순한 컨셉트로 밀고 나갔다. 결과는 대역전승.
애니콜은 올 상반기 중 94만9천대를 팔아 5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불과 6%에 그친 모토롤라를 경쟁에서 완전 탈락시킨 것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