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2人 美증언 관심]식량-홍수등 생생한 北실상전해

  • 입력 1997년 9월 26일 20시 31분


북한 귀순자 두 사람이 워싱턴을 흔들고 있다. 인터뷰와 방송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정치인들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섰다. 95년 귀순한 북한군 상좌 출신의 최주활(崔主活·48)씨와 91년 귀순한 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고영환(高英煥·44)씨는 미의회 국방포럼재단(DFF)의 초청으로 24일 워싱턴에 왔다. DFF는 미국인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좀더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들려주기 위해 이들을 초청했다. 귀순자가 이런 목적으로 워싱턴에 온 것은 처음 있는 일. 반응은 초청측도 놀랄 정도로 폭발적이다. 두 사람은 25일 하루에만 9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워싱턴 포스트, 워싱턴 타임스 AP TV, 라디오 아메리카 등이 그들의 얘기를 듣거나 녹화했다. 상 하원 의원들도 만났다.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크레이그 토머스의원을 비롯, 5명의 상원의원과 김창준의원 등 10여명의 하원의원들이 이들로부터 북한얘기를 들었다. 미기업연구소(AEI)와 헤리티지재단도 이들을 초청, 특강을 가졌다. 왜 이같은 「귀순자 열풍」이 불까. 미국인들의 북한정보에 대한 갈구 때문이다. 미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일급 정보기관들은 닫혀있어 정치인이나 언론인 학자들은 북한지식과 정보에 늘 목말라 있다. 이들이 전하는 북한실상은 한국정부가 강조해온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북한의 군량미가 1백20만t이나 되는 상황에서 식량원조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홍수피해가 극심한 데도 김정일은 지금까지 군부대를 40회 이상 방문했지만 수해현장은 거의 찾지 않았다』 등등.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얘기들이 미국인들에게는 참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TV토크쇼 때면 전화가 빗발칠 정도다. 이들이 전하는 북한의 실상이 한국정부의 대(對)북한인식을 그대로 전달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귀순자 두 사람이 워싱턴을 휘젓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롭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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