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퇴치 전문가가 암퇴치 전문가로 변신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의 방첩 및 대테러 정보기관인 MI5의 최초 여성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61). 그는 베일에 싸여있던 MI5의 국장으로서는 최초로 일반에 공개됨으로써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4월 MI5에서 퇴임한 뒤 중급품 백화점인 막스 앤드 스펜서와 영국가스회사의 비상임이사로 재직해 오다 최근 영국 암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 그가 할 일은 테러 전문가 대신 암 전문가들을 진두지휘하는 것. 영국 암연구소는 직원이 7백여명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로 암연구에 관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연구소의 피터 가랜드 회장은 『우리 연구소가 테러와 싸우는 곳은 아니지만 리밍턴의 뛰어난 리더십과 탁월한 분석력을 높이 평가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리밍턴은 MI5에서 오랫동안 정보요원 및 테러전문가로 일해오다 93년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의 MI5 국장 취임은 여러가지 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우선 그는 존재조차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MI5를 외부에 공개했다.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얼굴없는 존재」로 알려진 MI5 국장인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는 한편 대중연설까지 했다. 007 영화의 주 인 공 「제임스 본드」가 실제론 영국 대외정보기관인 MI6 소속이긴 하지만 가장 최근에 선보인 007시리즈 「골든 아이」에서 최고 책임자로 여성이 등장한 것도 리밍턴때문이다.
MI5 국장재직 당시 북아일랜드의 구교계 지하테러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휴전을 이끌어 내는 등의 활약을 한 그가 암퇴치 전문가로서 또다시 명성을 떨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런던〓이진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