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소송」매듭 안팎]역사왜곡 32년만의 인정

  • 입력 1997년 8월 30일 08시 22분


일본 대법원이 「교과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은 문부성의 검열내용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세균전으로 악명 높은 「731 부대」나 「남경(南京)대학살」 「일본군의 중국에서의 부녀자폭행」을 삭제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교과서 역사기술이 진실에 한걸음 가깝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는 「청일전쟁 전후 조선인들의 반일항쟁」 부분을 삭제한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부분도 적지 않다.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郎)교수가 당초 작성한 원고에는 「1894년의 청일전쟁 발발후 전장(戰場)인 조선에서 인민의 반일항쟁이 발생했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문부성은 「반일항쟁」이라는 표현을 삭제, 「조선에서 노동력과 물자의 조달에서 인민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고 수정토록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봉준의 동학세력을 제외하면 반일항쟁에 관한 연구가 충분치 않다」며 문부성 검정 내용을 적법으로 인정했다. 이번 재판은 지난 80년과 83년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에서 이에나가가 집필한 「신일본사」의 상당 부분에 대해 검정 불합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그가 84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이에나가는 65년과 67년 두차례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중 2차 소송 1,2심 판결은 이에나가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검정불합격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1차 소송때부터 시작해 무려 32년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법정투쟁」을 벌여온 이에나가는 일본 근대사상사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역사학자. 『일본이 다시 전장으로 달려가는 교육정책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전전(戰前)세대의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양심의 소리를 외쳐왔다. 〈동경〓윤상삼·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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