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이 가까오면서 그의 취미는 유언장을 고쳐쓰는 것이었다. 마흔살이나 어린 부인이 젊은 웨이터와 드라이브를 즐겼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다시 유언장을 꺼냈다. 부인몫으로 남겨놓은 5백만달러 상속조항을 지워버렸다. 그것이 지난 4월 84세의 일기로 사망한 억만장자 잭 켄트 쿠크가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부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복이었는지도 모른다.
워싱턴을 연고로 한 미식축구팀 레드스킨스의 구단주로 유명한 쿠크는 이런 식으로 가족들이 자신을 실망시키거나 화나게 할 때마다 유언장을 고쳐 썼다. 모두 여덟번.
레드스킨스 구단과 신축중인 매머드급 스타디움을 상속받기로 돼 있었던 외아들 존은 유언장 최종판에서 상속권을 상실했다. 물론 2천5백만달러상당의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이제는 남의 것이 된 구단과 스타디움을 사들이기에는 턱없이 적은 액수다.
더 비참한 것은 역시 미망인 마를린(44). 「나이가 두배쯤 되는 늙은 남편과 살아준 대가」로 엄청난 부의 상속을 기대했다가 단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그는 결국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쿠크가 사망한지 3개월만에 유산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막을 연 셈이라고 27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보도했다.
이같은 변덕탓에 어느 누구도 횡재를 하지 못했지만 그 재산의 혜택은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게 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에 대부분의 유산을 기부,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소외계층의 교육에 쓰도록했다. 생전 자선사업과는 담을 쌓아온 그였기에 이 역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변덕이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