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眞敬 기자] 3일 실시된 파키스탄 총선에서 파키스탄 이슬람동맹(PML) 지도자 나와즈 샤리프(47)가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베나지르 부토를 제치고 재집권할 것이 확실시된다.
약 30%의 투표율(비공식 집계)을 보인 이날 선거에서 어느쪽도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의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당수가 단독이건 연정이건 총리가 되기 때문에 샤리프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샤리프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과거 재벌총수의 이미지를 벗고 인기있는 정치지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빈곤과 인플레, 실업에 찌든 파키스탄에서 그가 공약으로 내건 경제회생이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90년 총리에 당선돼 93년 해임되기까지 경제자유화와 민영화를 시행한 바 있다. 이때문에 그는 업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파키스탄 최대재벌 이테파크그룹 총수 출신인 샤리프는 지아 울 하크 전대통령의 군사통치시절 정치에 입문한 뒤 급성장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펀자브주(州)의 재무장관과 수석장관을 지내는 등 펀자브주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
그는 88년 지아 전대통령이 비행기사고로 죽자 부토가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개 보수정당으로 이슬람 민주동맹(IDA)을 결성, 90년 총선에서 부토를 축출하고 총리에 임명됐다.
샤리프는 강력한 의회의 지지아래 사회간접시설 투자 등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추문이 결국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부토가 이끄는 반대파들이 그를 부패혐의로 몰아붙인 것.
결국 그는 93년 대통령의 권한축소를 시도하다 이샤크 칸 대통령에 의해 해임돼 부토에게 다시 총리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그후 그는 강력한 의지와 조직력을 보이며 카리스마와 국제적 명성을 겸비한 부토에 대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