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모래. 따로 흩어져 있던 두 존재가 만난다면 어떤 소리를 내게 될까. 그들이 마찰하고 공명할 때 소리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한다.
다음 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열리는 ‘싱크 넥스트 26’의 개막 공연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서로 다른 존재가 맞닿는 관계 속에서 소리가 발생한다는 개념에 주목한 공연이다. 싱크 넥스트는 2022년 세종문화회관이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목표로 선보인 컨템퍼러리 공연 브랜드다.
● 다른 전통이 만나 만든 소리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바람만으로…’는 프랑스와 한국의 음악가가 각각 3명씩 참여한다. 프랑스 사운드 아티스트 해미 클레멘세비츠와 해금 연주자 김예지, 비올라 다모레(17~18세기 유럽에서 쓰인 현악기) 연주자 올리비에 마랭은 이번 공연의 공동 기획자 겸 연주자다. 여기에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과 중세 성악가 크리스티앙 플루아, 정가(正歌· 가곡, 가사, 시조 등 한국 전통 음악) 소리꾼 조윤영이 함께 연주하거나 노래한다.
공연은 전자음악과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소리 풍경)도 더해져 동서양의 전통, 현대의 음향이 한 무대에서 교차할 예정이다. 22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만난 클레멘세비츠는 “한국과 프랑스의 전통 소리, 전자적 음색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2024년 미국 뉴욕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에서 김예지와 마랭이 만난 데서 비롯됐다. 두 사람은 서양의 비올라 다모레와 한국의 해금이 공명과 배음(倍音) 측면에서 유사성을 지녔다고 느꼈다. 이후 자신들의 공연에 서로를 협연자로 초청하며 교류를 이어갔고, 이를 클레멘세비츠가 보면서 세 사람이 함께 작업을 구상하게 됐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소리의 △발생 △관계 맺음 △확장 △소멸 △귀환을 테마로 다층적인 청각 공간으로 펼쳐낸다. 악보 없이 즉흥 연주를 중심으로 연주자들이 만들어 내는 ‘앙상블’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연장의 공조기 소리나 조명 장치가 켜지고 꺼지는 소리 등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 클레멘세비츠는 “관객들이 장면마다 어떤 연출 포인트가 있는지 고민하기보다, 머리를 비우고 소리 자체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
마랭은 “‘동시대성’을 뜻하는 컨템퍼러리는 그 자체로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단어”라며 “다른 나라와의 연결이 쉬워진 요즘 세상에,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는 과거와 현재, 동쪽과 서쪽 등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교차점’에 서 있는 사람 같다”고 했다.
● ‘룩스’와 함께 일민미술관 공연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이번 작품은 싱크 넥스트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투어 형식으로도 선보인다. 본공연 전인 24일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오픈 리허설을 한 뒤 7월 3~5일 세종S씨어터에서 초연한다. 7월 7일 오후 6시엔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옥상에서 미술관 건축 100주년 기념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축약본을 선보인다. 10월 1일엔 프랑스 파리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 3일엔 영국 런던의 공연장 스톤네스트 무대에도 오른다.
특히 일민미술관 공연은 광화문 일대 한복판의 옥상이란 ‘장소’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날 공연은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사이니지 ‘룩스(LUUX)’로도 송출될 예정이다. 김예지는 “옥상에서 보는 광화문 광장의 전경이 굉장히 멋지고, 또 옥상 아래에서는 각각 들리는 차량 소음이 옥상에선 ‘뭉게뭉게 하모니’처럼 들린다”며 “극장 내부의 기계음 등이 부각되는 세종S씨어터와 대비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싱크 넥스트는 지난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거치며 전통 공연뿐 아니라 장르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여 왔다. 올해는 아티스트 16팀이 28회 공연을 통해 탈춤과 메탈, 다큐멘터리, 서커스, K팝의 재해석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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