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뉴시스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실 것만 같습니다.”
배우 김영철이 이순재 배우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같이 말했다. 김영철은 27일 오전 열린 고인의 영결식에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신 분”이라며 “선생님의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했다. 김영철은 고인과 동양방송(TBC)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고인은 TBC 공채 1기, 김영철은 TBC 공채 19기다.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원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배우 김영철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 뉴시스 김영철은 “선생님은 아득하게 모든 사람을 바라보셨다. 누가 힘들어 보이면 말없이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시고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건네셨다”며 “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미묘하지만 그 큰 온도가 많은 후배들의 하루와 인생을 바꿔놨다”며 “평소 보여주신 삶에 대한 자세, 일에 대한 태도, 사람을 대하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우리 모두 안에 자리 잡아 앞으로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추모사 낭독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배우 하지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하지원은 추모사에서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선생님의 단단한 목소리가 지금도 어디선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가 스스로 흔들렸던 시기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라고 묻자 선생님께서 저를 바라보시고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지금도 나도 어렵다’고 말씀하셨다”며 “수십년간 연기를 하시고 연기를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는 솔직함과 겸손함이 어떤 말보다 큰 위로이자 평생의 가르침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선생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아끼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였다“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행동과 태도로 보여주신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원은 2012년 드라마 ‘더킹투하츠’에 고인과 함께 출연했었다. 당시 평생 연기했으나 팬클럽이 없다는 고인의 말에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기도 했다.
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배우 정일우가 슬퍼하고 있다.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고인은 25일 별세했다. 27일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배우 정보석과 정일우, 방송인 정준하 등이 자리했다. 이들 모두 고인과 ‘하이킥’ 시리즈에 출연했던 인연이 있다. 이외에도 정동환 최수종 정준호 박상원 이원종 유인촌 유태웅 정태우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에서 약 7분 분량의 추모 영상이 나오자 유족과 동료 등은 눈물을 쏟았다. 이 영상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KBS연기대상에서 수상 소감으로 “평생 신세 많이 졌고 감사했다”고 말했던 장면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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