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이슬람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주요 중동 지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지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반미 전선을 주도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최근 미국 내 강경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학가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수용하며 보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 미국과 가까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미 백악관 행정명령을 통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 무슬림형제단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지부를 외국테러단체(FTO) 및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는 방안을 30일 이내에 검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FTO 지정이 확정되면 해당 지부 인사들의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금융 제재도 받게 된다.
이날 공개된 행정명령은 세 지부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를 지원해왔다고 명시했다. 특히 레바논 지부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함께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을 가했고, 요르단 지부는 하마스에 물품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지부는 미국에 대한 폭력 공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1928년 이집트의 근본주의 이슬람 학자 하산 알반나가 설립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한 국가 수립을 지향하며 왕정국가와 세속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 해 충돌을 빚었다. 1952년 이집트 군부가 집권하며 정교분리를 내세우자 불법단체로 지정됐지만,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사상적 모체가 됐다.
이집트, 사우디 등은 미국에 무슬림형제단을 FTO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역대 미국 행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이 광범위한 종교사회정치 조직이라는 이유로 이를 꺼려 왔다. 튀르키예와 카타르 같은 우방국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란 것도 미국이 선뜻 FTO 지정에 못 나서는 이유였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친미 국가로 무슬림형제단을 적대시해 온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위해 일부 지부에 대한 FTO 지정에 나섰단 해석이 나온다.
알자지라방송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내 정치 상황과도 연관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공화당 강경파와 복음주의 기독교인 등 그간 대학가 반이스라엘 시위 배후에 무슬림형제단 연계 조직이 있다고 주장해온 핵심 보수 지지층을 트럼프 행정부가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18일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를 주 차원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텍사스 내 토지 취득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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