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종전 협상]
美의원에 특사 딸까지 의문 제기
“러 정부 특유의 표현들 많이 담겨”
마코 루비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미국 대표부에서 러-우 전쟁 평화안과 관련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등을 골자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안을 ‘가능한 한 빨리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2025.11.24. 제네바=AP/뉴시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한 28개 항목의 평화구상안(종전안)을 러시아가 먼저 작성한 후 미국에 건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국 집권 공화당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물론이고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 특사의 딸 메건 몹스 미국안전안보연구소(CASS) 소장까지 이런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킹 상원의원과 라운즈 상원의원은 22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자신들을 포함한 일부 상원의원과의 통화에서 “이번 평화구상안은 미국이 작성한 게 아니며 사실상 러시아의 ‘소원 목록(wishlist)’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몹스 소장은 해당 문건에 러시아 정부가 자주 쓰는 특유의 표현들이 여럿 담겼고, 영어 표현의 일부 오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어로 먼저 작성된 후) 영어로 번역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개 조항을 분석해 러시아어로 먼저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문장을 찾아냈다. 우선 ‘러시아가 이웃국을 침공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it is expected)’는 문구에서 ‘기대된다’는 의미가 불분명해 영미권 외교 문서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30년간의 모호함(ambiguities)이 해결된 것으로 본다’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한다(enshrine)’에서 ‘모호함’과 ‘명시한다’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가 러시아식 동사라고 분석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23일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의 최고경영자(CEO),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만나 이번 평화구상안 작성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주무 장관이며 세 사람보다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인 루비오 장관이 거의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측 역시 철저히 배제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았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성과가 필요해 종전안을 일단 승인했다고 전했다.
논란은 미국 밖으로도 번졌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23일 X에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그 전에 이 계획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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