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 vs “독재자” 맞서더니
각자 물가잡기-시장 성공 목표에
“정말 훌륭” “공동 목표” 서로 칭찬
민감한 문제는 피하며 윈윈 회동
‘팔 툭툭’ 우호적 스킨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 팔에 친근하게 손을 얹고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 두 사람은 ‘공산주의자’와 ‘독재자’ 등으로 비판하며 맞섰으나, 이날 45분간 이뤄진 첫 회동에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AP 뉴시스
최근 치러진 미국 뉴욕시장 선거기간 내내 서로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민주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격돌이 이뤄질 거라는 전망을 깨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예상 외의 ‘브로맨스’를 연출했다. 극심한 물가상승 국면에서 ‘서민 물가 잡기’ 이미지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시장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연방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맘다니 당선인이 충돌을 피하고 서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윈윈 회동’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신들 “완벽한 사랑의 파티”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45분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훌륭하고 생산적인 회의였다”며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이 도시(뉴욕)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뉴욕 생활비 낮추기를 위해 무상버스, 공공 임대료 동결 등을 공약한 맘다니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선거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했던 맘다니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며 “우리는 많은 의견 불일치가 있는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뉴욕 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뉴욕시민들에게 낮은 생활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아이디어 중 일부는 내가 가진 것과 정말 똑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두 사람은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 앞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맘다니 당선인은 “뉴딜 정책에서 이뤄낸 놀라운 업적, 그리고 연방정부와 뉴욕시가 협력해 주택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때 모습을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부동산 사업을 펼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공공주택 건설사업에 흡족해했다. 또 “당파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시장이 모두의 꿈을 이루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회동은 완벽한 사랑의 파티였다”고 평가했다.
● 진짜 문제는 회피…시한부 평화 지적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맘다니 당선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선거기간 “맘다니가 뉴욕시장이 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
이날 맘다니 당선인은 시종일관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트럼프가 호응할 만한 뉴욕의 비용 절감과 주택건설 문제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맘다니 당선인이 자신을 “파시스트”라고 부른 사실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괜찮다”며 맘다니의 팔을 두드리는 등 우호적인 스킨십을 이어갔다. NYT는 “많은 뉴욕시민들이 맘다니의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뉴욕에 투입하는 등 응징할 거라고 우려해 왔다”며 “이번 방문으로 그런 위협은 일단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이 진짜 이견을 갖고 부딪칠 만한 불법이민자 단속, 부자 증세 등의 민감한 주제는 회피했다는 점에서 양측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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