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과 2년~3년 전만 해도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AI 기술에 조 단위가 오가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면서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기존 산업 인력을 대체하는 단계까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 한해에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의 기업은 각각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AI 이미지(자료 출처-셔터스톡)
물론, 해당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인력 감축이 AI 발전 때문은 아니다”라고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곧 AI가 사람들의 업무를 대체할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이 기업들이 이 시기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전망은 여러 곳에서 나오는 중이죠.
게임 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요. 그렇다면 만약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그날’이 오게 되면 어느 직군부터 이 영향을 받게 될까요?
AI 이미지 자료, 출처 게임동아
QA와 반복 레벨 디자인
전문가들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는 직군은 바로 QA(품질 관리) 입니다.
QA는 테스트를 통해 상품의 퀄리티를 점검하는 직군입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내 버그 및 문제점을 확인하고 체크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죠.
이 QA 과정은 반복성과 규칙성이 뚜렷한 구조이기 때문에 자동화 효율이 매우 높은 분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EA는 내부 개발 과정에서 AI 기반 테스트 루틴을 일부 적용하며 버그 탐지 자동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반복 테스트 시간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비소프트의 연구 조직인 ‘La Forge’에서도 입력 패턴 생성과 비정상 상황 감지를 AI로 처리하는 기능들의 개발이 진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올해 기술 전망에서 “QA는 게임 개발 직군 중 가장 빠르게 AI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 흐름을 단기적인 변화가 아닌 구조적인 전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복 레벨 디자인’ 역시 AI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유비소프트와 엔비디아 연구팀은 자동 지형 생성, 오브젝트 배치, 루트 구성 같은 작업이 생성형 모델과 가장 잘 맞는 구조라고 발표하기도 했죠.
여기에 GDC 개발자 보고서에서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언리얼 엔진과 같은 엔진 기반의 자동 환경 생성 도구를 통해 초기 맵 구성 단계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워크플로(작업 단계 & 흐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컨셉 아트(AI 생성 이미지)
컨셉 아트와 시각 디자인
그다음으로 지적되는 직군은 의외로 아트(그림) 분야입니다. 예술의 영역인 아트에 AI가 사용된다는 것이 이해가 잘되지 않을 수 있지만, 게임의 아트는 시각적인 모든 영역을 담당하고 있기에 AI가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컨셉 아트’ 작업입니다. ‘컨셉 아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 기획 아이디어 전개와 기획 연출 등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사업 기획서에 글로만 쓰여있거나, 말로 이야기되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보여줘 이것이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인지, 분위기는 어떻게 정해야 할지 방향성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단계에 주로 사용됩니다.
이 ‘컨셉 아트’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그림의 퀄리티보다는 “어떤 컨셉을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컨셉 아트’에 AI가 도입되면 이 사업 기획서에 있던 글이나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이미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도 입력하는 명령에 따라 수백 수천 장을 뽑아낼 수도 있어 프로젝트 초기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도 있죠.
실제로 여러 전문 매체는 “반복적 아트 작업과 배경 아트 생성은 이미 AI가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의 아트팀 내부에서도 AI가 만든 초안을 기반으로 더 빠르게 결과물을 다듬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점점 늘어나는 중입니다.
단순 반복적인 영역부터 AI가 대체한다
앞서 소개한 직군은 “정답이 존재하고, 구조가 패턴화되어 있으며, 반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반복 기반의 직군들은 AI가 짧은 시간에 대량의 테스트를 실행하고 환경을 구성할 수 있어 AI와 매우 높은 궁합을 보이고, 더 높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죠.
구글 AI를 총괄하는 ‘딥마인드’(DeepMind) 연구진은 “테스트 자동화·문장 생성·반복 환경 구축이 AI 학습 효율이 가장 높은 영역”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많은 연구기관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향후 몇 년간 이 직군을 대상으로 자동화 흐름이 더 강해질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AI 침투가 어려운 직군은?
이와 반대로 시스템 기획, 내러티브, 세계관 구성, 아트 디렉션 같은 창작 중심의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MIT 미디어랩은 “스토리와 세계관에는 감정·문화·경험의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AI가 단독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실제로 ‘GTA6’를 개발 중인 락스타게임즈의 모회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스트라우스 젤닉은 CEO는 “어떤 AI 모델에서도 창의성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게임에 AI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I가 반복 작업에는 사용될지 몰라도, 인간의 창의력이라는 영역은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AI는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산업 전반에 침투하고 있고,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는 직군도 벌써 등장하고 있습니다. 19세기 기계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일으켰던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날 정도로 정말 무서운 속도로 말이죠.
게임 산업은 지금 중요한 전환의 초입에 서 있으며, 이 변화의 방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연 AI의 발전이 앞으로의 과연 AI의 발전이 게임 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앞으로의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