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송망 인프라 기업 한곳 장애
전세계 챗GPT-SNS 등 동시 마비… “업무시간 3배로 늘고 일상 혼돈”
초연결 사회 취약점 다시 드러나… 전문가 “AI 인프라 다변화 나서야”
세계 곳곳 ‘네트워크 마비’ 웹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3시간 장애로 챗GPT, X(옛 트위터) 등 여러 인터넷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마비됐다. 왼쪽 사진부터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캘리포니아 라피엣에서 각각 디지털 기기에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메시지가 떠 있는 18일(현지 시간) 모습. 게티이미지
미국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챗GPT 등 인공지능(AI) 주요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인의 일상에 AI가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AI 서비스가 소수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마비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의 오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반복되며 ‘초연결 사회’의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5분의 1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를 거친다.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여파로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아마존,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등에서 접속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클라우드플레어 내 트래픽 급증으로 촉발된 AI 마비 사태는 18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AI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자 사용자들의 일상도 멈췄다. 약 3시간의 오류였지만 AI를 주로 쓰는 직장인들이 업무를 처리하거나 학생들이 과제 등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은 것이다. 회사원 김보민 씨(27)는 “평소 AI로 1시간이면 마쳤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3시간 걸렸다”며 “퇴근 후에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19일 새벽에 출근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학부모 카페에선 “수행평가를 준비하던 아들이 챗GPT가 먹통이 되자 (당황하며)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 겨우 마무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AI 과의존 세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AI 사용이 개인뿐 아니라 각종 산업, 금융계, 학교, 공공기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AI 인프라의 안정성 확보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규모 먹통 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류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버 분산 등 안전장치를 갖춘 국내 AI 시스템을 육성해 서비스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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