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때 직전의 결과를 너무 깊게 생각하면 오히려 승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교의 인지과학자 데니즈 모렐(Dr. Denise Moerel) 박사는 최근 연구 기반 전문 매체 ‘The Conversation’ 기고문에서 “가위바위보 승리의 핵심은 이전 판을 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플레이어들의 뇌파를 실험한 결과, 과거의 선택(자신이나 상대방의 것)을 신경 쓰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더 자주 승리하는 경향을 보였다.
모렐 박사는 “여러 판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기기 위한 최적의 전략은 가능한 한 ‘무작위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지난 판에서 일어난 일을 신경 쓰면 안된다. 과거의 결과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는다”고 말했다.
● 62명 참가자 뇌파 검사…뭐 낼지 예측 가능
모렐 박사와 연구진은 62명의 참가자(31쌍)를 모집해 컴퓨터를 이용한 가위바위보 게임을 진행했다. 총 1만5000판의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 활동은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는 뇌파검사(EEG)를 통해 기록했다.
실시간 뇌 스캔 데이터는 참가자가 이전 게임을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도 즉시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EEG 데이터를 통해 참가자가 다음에 어떤 손 모양을 낼지 예측할 수 있었다. 모렐 박사는 “우리는 참가자가 실제로 반응하기 전에 이미 뇌 데이터를 통해 ‘바위’, ‘보’, ‘가위’ 중 무엇을 낼지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이전 판의 움직임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자주 패배했다.
즉, “상대가 두 번 연속 바위를 냈으니 이번엔 아마 보나 가위를 내겠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승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반면, 마음을 비우고 완전히 무작위로 다음 모양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승률이 높았다. 결과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상대방 역시 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행동 예측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실험에서 패배한 참가자들의 뇌에는 이전 게임의 정보가 남아 있었고, 승리한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그런 정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 바위를 가장 많이 내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선택을 과도하게 반복하는 ‘편향성’을 보여, 완전한 무작위성을 잃고 결과적으로 승률을 떨어뜨렸다.
흥미롭게도 절반이 넘는 참가자들이 ‘바위’를 가장 많이 냈고, 그 다음은 ‘보’였다. ‘가위’는 가장 적게 냈다.
이는 세 가지 선택이 수학적으로는 동등함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바위’를 더 강력하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또한 사람들은 같은 선택을 연속으로 내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인간의 뇌는 직전의 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 과거에 집착, 일상에서도 도움 안돼
결국 이 연구는 인간이 “진정한 무작위성”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방금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패턴을 찾고, 그로부터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연구징은 “이 연구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과거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비즈니스나 정치,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전략을 방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사회 인지 및 정서 신경과학 저널 ·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