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렵다면, 수면의 질 떨어진 것
“노인들 수면 건강,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로 인식돼야”
흔히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쉽게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수면의 질이 떨어짐으로써 저녁 8시쯤 졸리고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노인의 건강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뉴스1
흔히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쉽게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수면의 질이 떨어짐으로써 저녁 8시쯤 졸리고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노인의 건강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단순한 노화 현상 아냐”…생체 리듬 불균형 우려
13일 대한신경과학회 등에 따르면 노인은 젊은 성인에 비해 더 이른 시간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는 경향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7시간으로 일반 성인보다 1시간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학계에선 노년기에도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밤 수면이 줄어드는 대신, 낮잠이나 이른 취침으로 보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55~64세 성인의 약 10%, 75~84세 노인의 25%가 낮잠을 자며 그중 절반은 계획되지 않은 채 잠든다. 다만 이런 낮잠이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인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노인에게는 깊은 수면이 줄고 얕은 수면이 많아진다. 잠자리에 든 시간 대비 실제 수면 시간이 짧아 잔잠을 잔다. 이는 생체 시계가 앞당겨져 저녁형이 아침형으로 변하는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로 분류된다. 사람의 생체 리듬에 햇빛이 중요한데, 노화가 진행되면 수면 리듬이 앞당겨진다.
세란병원 신경과 김진희 과장은 “노인은 실내 생활이 많아 햇빛 노출이 적어지고, 생체 시계를 리셋할 수 있는 ‘광 자극’이 약해진다. 신체 질환과 수면제, 이뇨제 등 약물 복용, 우울증, 낮잠 습관도 리듬 불균형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신경과학회지에 ‘노화에 따른 수면 생리 변화와 주요 노인 수면장애’ 논문을 게재한 지기환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60세 이상 셋 중 하나 불면증…“수면 검사, 진료 받아봐야”
노인에게도 최적의 인지 기능을 위해선 적정량과 질의 수면이 꾸준히 필요하나, 실제로는 수면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 노화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신경 퇴행 질환, 대사 이상, 정신질환, 낙상 위험 증가 등 여러 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노인에게 흔한 수면장애는 △불면증 △폐쇄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단일 증상이 아닌 전반적인 건강 상태로서 통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대부분 여러 요인이 얽혀있으며 기저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일반인 10명 중 1~2명, 60세 이상 고령층 3명 중 1명은 불면증을 호소한다고 알려졌다. 다만 노인에게 약물 치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습관과 행동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되는 인지행동치료가 우선된다.
한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수면무호흡증 관리를 돕는 양압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노인의 수면무호흡은 전형적인 코골이나 무호흡 증상보다 과도한 낮 졸음과 야뇨증 등의 비특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중증 수면무호흡은 뇌경색 위험과 연관되는데 양압기 사용 등으로 상기도 폐쇄를 방지해야 한다.
김진희 과장은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수면의 질이 저하됐다면, 병원에서 하루 숙박하며 수면 중 뇌파, 호흡, 심박수, 산소포화도를 동시에 측정하는 수면 검사를 하면 좋다”면서 “노인 환자는 수면장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검사로 심부전, 고혈압, 뇌졸중, 치매 위험을 높이는 수면무호흡증까지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코골이와 주간 졸림,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다면 수면 검사를 시행하는 게 좋다”며 “고령층이라면 수면 패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고령자에게 흔히 발생한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함께 불쾌하거나 이상한 감각이 주로 저녁이나 야간 휴식 중에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경구 철분제 복용 또는 정맥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 중 정상적으로 억제돼야 할 근육 활동이 사라져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말하기, 소리 지르기, 팔다리를 휘두르거나 주먹을 내지를 수 있어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 침실 환경을 개선한 뒤 멜라토닌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다.
지기환 교수는 “노인의 수면 건강은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라며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수면의학 분야 활성화와 전문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수면장애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고 조기 진단을 통해 비약물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 교수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면 노인의 부작용과 다약제 병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따져보고 정해야 한다”면서 “수면장애가 다수의 만성질환과 상호 작용을 하는 만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등과의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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