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으로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시술 후 누워 있어야 하나, 걸어야 하나”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남아 있을 때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이 떠오르지만 실제로 척추 치료와 재활에서는 적당한 움직임이 오히려 회복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
시술 직후 두어 시간은 마취 상태와 절개 부위의 출혈, 신경 부종 등을 관찰하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면 병실 복도를 가볍게 걷는 것이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된다. 걷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척추 내부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치료의 연장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척추의 구조와 시술 원리 ‘물 펌프’와 닮았다
척추 구조와 유사하게 중앙 실린더(척추관)와 주둥이(추간공)가 있는 수동 물펌프 모습. 서울 광혜병원 제공
추간공확장술의 치료 원리와 척추의 구조적 특성은 수동 물 펌프의 작동 원리 및 구조와 흡사하다. 중심 기둥과 실린더가 척추관에, 물이 빠져나오는 주둥이는 추간공에 해당한다. 이들 사이에 얽혀있는 인대 구조는 펌프의 거름망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펌프가 녹슬고 이물질이 쌓여 주둥이가 막히듯 척추 역시 퇴행성 변화로 인해 추간공 주변의 뼈나 인대가 두꺼워지고 유착이 생겨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진다. 이로 인해 신경이 압박을 받고 염증 유발 물질이 정체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이때 펌프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거름망만 청소하면 다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추간공확장술은 척추의 구조를 크게 손상하지 않고 좁아진 공간을 넓혀 염증 유발 물질을 배출하도록 돕는다. 시술 과정에서 내·외측 인대 일부를 절제해 신경 통로를 물리적으로 확보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약제로 씻어내는 것이다.
시술 후 걷기는 ‘순환 펌프’의 재가동 과정
추간공확장술로 추간공 내·외측에 두꺼워지고 유착 물질이 붙어 있는 인대를 절제하는 모습.시술 직후 절대 안정을 취한 뒤 가볍게 걷기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도 수동 물펌프의 재작동 원리와 닮아 있다. 수동 펌프를 보수한 뒤 마중물을 넣고 손잡이를 위아래로 움직여야 탁한 물이 빠져나오는 것처럼 걷는 동작은 척추 내부에 정체된 염증 유발 물질을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걷기 운동은 신경 주위의 순환을 회복시키고 염증 유발 물질 배출을 촉진하는 ‘치료의 연장’이다. 병실 복도를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것이 좋으며 파워 워킹이나 스테퍼 운동처럼 강한 자극을 주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보행 강도와 시간은 통증 정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원칙이다.
염증 유발 물질 배출은 시술 후에도 계속된다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뒤에도 염증 유발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술로 1차 세척이 이뤄지지만 염증 유발 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2∼3차례 추가 주사 치료를 통해 완전히 씻어내야 한다.
서울 광혜병원에서는 시술 후 병실 복도에서 환자들이 천천히 걸으며 회복 운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걷기 자체가 척추 순환을 회복시키고 시술의 효과를 완성하는 ‘치료 과정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추간공확장술은 부분마취하에 최소 절개로 진행되며 디스크나 협착으로 좁아진 추간공 내·외측 인대를 일부 절제해 신경 통로를 넓힌다. 이 과정에서 기계적·생화학적 요인을 동시에 치료해 통증 완화와 염증 감소를 함께 도모한다.
근육과 뼈의 손상은 물론 출혈이 거의 없고 대부분 환자가 시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다. 회복 속도가 빠르며 고령자나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도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결국 추간공확장술 이후의 ‘걷기’는 회복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걸어주는 것이 척추의 순환을 되살리고 시술 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