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3부작, 실제 의도는…” 박찬욱 밝힌 ‘친절한 금자씨’ 비화

뉴스1 입력 2021-10-10 14:21수정 2021-10-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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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 박사, 박찬욱 감독, 김수진 프로그래머(왼쪽부터) © 뉴스1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에 얽힌 여러 비하인드를 풀어놓았다. 그는 ‘복수 3부작’에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일 오후 부산 중구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2021 커뮤니티비프 - 리퀘스트 시네마’가 열려 ‘’금자씨‘로 보는 광기의 형상’이라는 주제로 박찬욱 감독이 허경 박사, 김수진 관객프로그래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 영화로, 금자(이영애)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로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관객들과 영화를 함께 본 뒤 토크에 나섰다.

박찬욱 감독은 “오랜만에 부산 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본 기분이 감개무량하다”라며 “2005년 발표된 영화로 그때 보고 DVD로 한번 보고 나서는 처음 보는데 영화가 젊었구나, 감독이 젊었던 것 만큼, 그런 생각이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랜만에 보니까 필름으로 찍었던 게 보이더라, 요즘 한국엔 필름 현상소가 없어져서 더이상 (촬영을) 할 수 없다”라며 “아직도 디지털로 찍으면서 필름 룩을 재현해보려고 항상 어떤 카메라를 써야, 어떤 렌즈를 써야, 어떤 조명을 써야 나올까 노심초사하는데,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질감이 기가 막히게 멋있더라, 단점도 있는 게 노출이 잘못 됐을 때 어두운 부분을 억지로 밝혀야 할 때 한계가 느껴지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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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대사나 신에 대한 자세한 비화를 밝혔다.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로 꼽히는 ‘너나 잘하세요’에 대해 “제가 썼다”라고 했다. 이어 “저 대사 일화가 있는데 금자씨 각본 쓰기 한참 전에 제가 데뷔하고 나서 지난 세기, 90년대 후반에 너무 제가 쓴 영화 각본들이 영화사에서 너무 많이 거절당하니까 힘들던 때에 대학 때부터 영화 공부 함께 하던 분이 대체 어떤 각본이길래 거절당하는지 보자고 해서 보여줬는데 그 친구가 읽고 왜 니가 이모냥 이꼴인지에 대해서 설교를 하더라”며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각본은 이런 것이다, 무엇이 결여됐고 지나치고 라면서, 그 친구도 각본을 쓰는 작가지망생이었는데 제가 듣다듣다 저 대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게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와의 마지막 만남의 마지막 대사였다. 제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 스스로도 몰라서 놀랐고, 나와서도 가슴이 콩닥콩닥 할 만큼 내가 그때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험한 말을 했구나 싶었던 기억이 생생하고, 그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라고 회상했다.

허경 박사가 ‘프랑스에서 상영 당시 외국인들은 ’너나 잘하세요‘ 대사의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자, 박 감독은 “그 대사는 한국인만 이해하는, 반말과 존대가 섞인 이상한 말이다. 최소한의 예의는 표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그냥 반말보다 더한 분노와 멸시를 담은, 한국인만 이해하는 감정인데 번역하면서 후회했다”라며 “어떻게 해도 살릴 수가 없더라. 영어 잘하는 한국인, 미국인, CJ엔터 부회장님도 나서서 머리를 맞댔는데 딱 맞는 표현을 못 찾았다”고 덧붙였다.

타이틀 시퀀스에 대해선 “공들여서 만들었고, 좋아하는 화면인데 사실 알고 보니까 약간의 표절이 있더라”라며 “어떻게 된 일이냐면, 오프닝을 전문적으로 잘 만든 사람에게 맡겨보려던 차에 미국 어느 업체가 자기에게 맡겨주면 아주 싼 값에 자기들 업체 홍보도 되니까, 작업을 해주겠다고 해서 맡겼고, 가이드 주고 그쪽 아이디어에서 수정 요구도 해서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핵심적인 신들이 이미 어떤 영화에 있다고 들었고, 저는 그 영화를 못 봐서 몰랐다. 시퀀스 전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몇 개 이미지가 그랬다. 싸게 해주겠다는 게 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 최민식씨 결정적인 대사인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이에요’라고 하는데, 제가 쓴 대사인데 몰랐다”며 “아주 유명한 ‘뜨거운 것이 좋아’ 영화 마지막에 나온 대사더라. 물론 전 그 영화를 봤고 너무 오래 전에 봤고 봤다는 사실을 잊고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줄 알고 이런 좋은 대사를 내가 쓰다니 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썼는데 표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너무 유명한 영화라 재치 있는 오마주 정도로 봐주셨는데, 사실 모르고 한 표절이었다”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찬욱 감독 2019.8.28/뉴스1 © News1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둔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감독, 창작자조차도 몰랐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석을 통해서 듣게 되고 깨닫게 되면 창작자의 내가 만든 작품을 이렇게 볼 수 있겠구나 정도가 아니라,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는, 정신분석을 당하는 그럴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까지도 갖게 된다”라며 “감독으로서 돈을 많이 벌고 차를 가졌을 때가 아니라 내가 만든 작품이 독창적인 해석에 의해서 풍부한 의미를 확장해서 갖게 될 때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며 만족해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까지 ‘복수 3부작’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선 솔직한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복수 3부작이라고, 특별히 다른 의도로 제목을 짓긴 했는데, ‘복수는 나의 것’은 너무 흥행이 안 되어서 ‘올드보이’하고 ‘금자씨’가 잘 되고 나면, ‘복수 3부작’에서 나머지 다른 한 작품이 뭐냐고 하면서 ‘복수는 나의 것’을 찾아보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어쨌든 ‘친절한 금자씨’는 그 의도 이후에 붙여진 작품이라 의도한 복수극 중 가장 처음이라는 건 맞고, 또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앞에 두 편과 다르고 정리하는 것도 있다”며 “처음으로 여성이 나서고 복수 장르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관점을 취하려 했다, 그래서 명백하게 느껴지겠지만 영화 후반부 장면은 굉장히 연극적이고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기획하고 무대에 올려서 상연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듯한, 다큐멘터리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30대 여성이 주연으로 나서 복수극을 펼친다. 여성 서사와 여성 연대에 관한 포인트인지에 대해 박 감독은 “애초에 정서경 각본가와 함께 처음 이 이야기 구성할 때부터 중요한 포인트”라며 “여성교도소에서 긴 세월 복역하면서 많은 사람을 거쳐가는데 어떻게 하나하나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서 깨알같이 이용해 먹는가, 백 선생을 생포하는데까지 하나하나 이용하는 게 중요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여성 연대라고 부른다면 부를 수 있고, 그러나 모든 캐릭터가 다 강한 유대와 연대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라며 “금자씨를 만난 교도소 동지들이 하나같이 ‘왜 이렇게 변했어’라고 하는 것이다, 금자씨는 단순하게 여성 연대만을 추구하는 그런 인물은 또 그렇지 않고 저는 금자씨가 그렇게 무조건 긍정적인, 따뜻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여성 서사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권리는 없지만 무조건 좋은 사람으로만 묘사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현실처럼 복합적이고 좋은 면, 나쁜 면, 바보 같은 면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허경 박사, 박찬욱 감독, 김수진 프로그래머(왼쪽부터) © 뉴스1
박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복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작은 것들, 법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복수가 있을 것이다, 친구가 섭섭하게 했는데 그걸 참을 수가 없어서 뭔가 은밀하게 해코지 한다던가, 험담을 한다던가 하는 소심하고 사소한 복수가 있고, 모두가 할 것이고, 저만 하는 거 아니지 않겠냐”라며 “광기도 거창하게 말해서 광기이지, 사소한 미친 짓들은 모두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것처럼 복수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극이라는 이야기 범주가 매력적이고 우리에게 언제나 흥미를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세계에선 그런 배제된 사람들, 감정과 욕망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것을 어두운 욕망을 인정하고 그 존재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인간이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걸 자꾸 회피하기만 하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낙관적인 것만 추구해서는 인간을 온전히 파악할 수가 없어서, 결국 반쪽짜리 묘사와 이해로만 도돌이표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푸코 광기의 관점에서 금자씨를 본다고 들었을 때 얼마나 흥미로운 관점일까 생각했는데, 아주 재밌는 발상이었단 생각이 든다”라며 “특히 금자씨가 처음에 출소해서 자기 숙소에 왔을 때 회전 의자에서 담배 피우면서 미친 사람처럼 깔깔 웃고, 그때 배경 벽지는 지옥의 불꽃같이 해달라 한 건데, 그런 악마 같은 느낌, 형상으로 웃는 모습이나, 그렇게 웃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꿈 장면이 모든 것들이 미친 사람처럼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지막에 금자씨가 짓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것 같은 얼굴도 전부 다 광기의 상태에 들어가 있는 금자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는 그런 관점에서 의미있는 재료라 생각한다”라며 “(오늘 보니) 이영애씨가 정말 잘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그 웃는지 우는지 모를 장면이 아쉽다,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일렀는데, 당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추한 장면을 연습해서 찍자고 했는데 기껏 지은 게”라며 웃은 뒤, “그래서 촬영하고 내가 이게 뭐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도 망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더라, 그래서 아쉬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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