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한국영화 3편 나란히 개봉…이게 최선입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6일 06시 57분


영화 ‘돈’ - ‘악질경찰’ - ‘우상’(왼쪽부터). 사진제공|쇼박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CGV아트하우스
영화 ‘돈’ - ‘악질경찰’ - ‘우상’(왼쪽부터). 사진제공|쇼박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CGV아트하우스
배급사·마케팅 일정따라 결정
“완성도와 상관없이 개봉 씁쓸”


극장가 비수기인 3월, 세 편의 한국영화가 이례적으로 나란히 개봉했다. 100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20일 선보인 ‘돈’ ‘악질경찰’ ‘우상’이다. 하지만 지나친 배급과 흥행 경쟁으로 인한,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두 자동차가 충돌해 함께 망하거나 한쪽이 피해 체면을 구기는 ‘치킨게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마블’(6일)보다 2주 후 개봉하면서 4월 기대작 ‘어벤져스:엔드게임’도 피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어벤져스:엔드게임’이 4월 말 개봉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 ‘차 떼고 포 떼고’…마땅한 시기가 보이지 않다


세 편의 한국영화가 나란히 개봉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거기에는 각기 속사정이 있었다.

‘돈’과 ‘악질경찰’의 경우 이미 1∼2년 전 제작을 마친 영화로,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었다. ‘돈’은 지난해 개봉하려다 내부 사정으로 연기해 올해 3월로 일정을 잡았다. ‘악질경찰’도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미국 본사 타임워너가 거대 통신사 AT&T에 흡수되는 등 변수를 만났다. ‘우상’은 올해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관련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화를 그에 맞춰 선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우상’은 4월 개봉작 ‘생일’의 주연 설경구의 또 다른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홍보 일정 등도 감안해야 했다. ‘악질경찰’도 ‘생일’과 함께 세월호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쉽게 일정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기는 없었을까.

세 작품은 명절을 비롯한 극장가 성수기에 흥행을 확실히 보장받을 만한 이른바 ‘텐트폴’ 영화가 아니다. 각 배급사들은 성수기를 피해 최대 흥행 효과를 얻는 시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우상’의 한 관계자는 “흥행이 기대되는 ‘센 영화’의 개봉 시점을 피하다 보면 결국 비수기가 남는다”고 말했다.

● “외부 변수가 개봉 일정에 작용하는 현실”

대체로 비수기 주말을 기준으로 극장 관객 동원치는 성수기의 절반 혹은 30∼50% 수준인 최대 150∼180만여 명이다. ‘돈’이 ‘24일 현재까지 누적 153만여 명을 동원했고, ‘악질경찰’과 ‘우상’은 각각 18만, 13만여 명에 그치고 있다. ‘돈’이 관객의 다수를 흡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속을 앓는 것은 제작진. 한 개봉작 관계자는 “영화의 작품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외부 변수가 개봉 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아쉬워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이런저런 변수가 늘어나면서 개봉 일정을 일찌감치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홍보 및 마케팅 일정 등을 감안해 실제 개봉일에서 한 달 정도 앞선 시기에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리 정한 개봉일을 미루는 것도 불가능해서 그만큼 경쟁작 개봉 일정을 고려할 시간도 많지 않은 셈이다. 이에 최근 극장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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