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이 “데릴남편 덕분에 ‘결혼 생각’ 생겼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29일 06시 57분


‘데릴남편 오작두’를 마친 유이는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데릴남편 오작두’를 마친 유이는 결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데릴남편 오작두’ 통해 힐링한 연기자 유이

“연기자로 전향 후 지독한 슬럼프
나와 비슷한 캐릭터에 출연 결정
무너졌던 마음 추스른 계기 됐죠”


연기자 유이(30·김유진)는 자신을 “안녕하세요, 유이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연기자로서 역량의 부족함을 알기에 “낯설고 창피해” 자신의 이름 앞에 ‘연기자’나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한다. 그에겐 발성과 발음 연습은 여전히 “죽도록 해야 하는 숙제”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배우’나 ‘연기자’로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는 유이는 차근차근 처음부터 다시 단계를 밟고 싶다고 했다. 2009년 여성그룹 애프터스쿨 멤버로 데뷔해 올해로 연예 활동 10년째를 맞은 그는 “뭘 하는지도 모르고 10년을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 잠들고, 또 눈을 뜨곤 했다”고 고백했다.

“10년을 열심히 일했으니 보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자만이었다.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더라. 새 세계(연기자)에 적응을 못해 나약했던 것 같다. ‘나는 필요 없는 아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스스로를 괴롭혔다.”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2011년 KBS 2TV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 출연해 K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전우치’ ‘황금무지개’ ‘상류사회’ ‘결혼계약’ ‘맨홀 - 이상한 나라의 필’ 등의 드라마에 내리 주인공을 맡았다. 최근 종영한 MBC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의 유이.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의 유이.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개인적으로 무너져있던 상태에서 ‘데릴남편 오작두’ 출연 제의를 받았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보답을 받지 못하는 캐릭터와 제 상황이 비슷해서 제작진에 ‘툭 치면 무너질 상태인데 해도 되겠느냐’는 질문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하길 잘했다. 힐링을 받으면서 무너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데릴남편 오작두’가 사람 한 명 살렸다. 하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유이는 연기자로서, ‘자연인 유이’로서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서른 살이라는 나이가 그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유이는 “예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다. 마스크랑 모자가 없으면 돌아다니지 못했다. 지금은 일하는 소중함을 알기에 더 행복하다. 이제는 마스크 없이도 잘 다닌다”며 미소 짓는다.

“저에게 여유를 주고 스스로를 내려놓고 있는 과정이다. 알아봐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잘 모르고,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서른 살이 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이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지난해 독립해 혼자 생활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효과이기도 하다. “저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굉장한 위안”이라는 유이는 “진짜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웃는다.

“몰아서 빨래하거나 귀찮으면 아예 하지 않는다. 클럽에 가고 싶은 마음을 미러볼과 노래방 마이크로 대신했다. 와인을 못 마셨는데, 지금은 반신욕하면서 마신다. 하하! 생각만큼 자유롭지도 못하다. 부모님은 물론 형부까지 그렇게 영상통화로 전화한다.”

연기자 유이.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유이.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손에서 스마트폰을 거의 놓지 않는다는 유이는 웹툰 마니아다. 월∼금요일까지 요일별로 공개되는 웹툰을 모두 챙겨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팬의 마음으로 가상 캐스팅을 한다. 더 즐기고 싶으면 만화방을 찾기도 한다. 혼자 지내니 눈치 보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한다는 유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모자 쓰지 않고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유이에게 결혼이라는 것도 상상하게 만들었다.

“내 삶에 만족하고 친구들도 있으니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지치고 힘들 때 옆에서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도 ‘우리 딸 결혼해야지’ 하신다. 하하! 드라마에서 처음 결혼한 게 아닌데 이번에는 더 예뻐 보였던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