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수정 “어쩌다 엄마… 가족의 의미 되새겨 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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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여왕 임수정, ‘당신의 부탁’서 엄마 역할 변신

“언젠가 엄마 배역이 들어와도 받아들이겠노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있으니까요.”

‘배우 임수정’(38) 하면 관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로맨틱 코미디’다. 2010년 영화 ‘김종욱 찾기’의 사랑스러운 지우,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발랄하면서도 기괴한 성격의 아내 연정인…. 그의 미소는 그 자체로 로맨틱했다.

그랬던 그가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다. 이동은 감독의 저예산영화 ‘당신의 부탁’을 통해서다. 작품에서 그는 사별한 남편과 전처가 낳은 중2 아들을 갑자기 떠맡아 키우는 32세 효진 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효진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엄마를 통해 ‘엄마란 무엇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11일 서울 명동 CGV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임수정은 “아이를 낳고 키워본 적이 없는 데다 관객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선뜻 ‘엄마’를 연상하기 어렵다 보니 이런 역할을 맡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세상에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여성은 없잖아요. 다들 갑자기 되는 거죠. 꼭 배 아파 아이를 낳아야 엄마인 건 아니기도 하고요. 시나리오를 받고 가족의 형태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꼭 참여해야겠다 싶었죠. 친한 친구들도 이젠 다 애기 엄마가 돼있는 나이라, 크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2016∼2017년 그는 ‘커피메이트’ ‘당신의 부탁’ 등 저예산 독립영화 두 편에 연달아 출연했다. 여전히 상업영화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임수정은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게 계기”라고 떠올렸다.

“너무 훌륭한, 완성도 있는 독립영화들이 많은 거예요. 뛰어난 감독과 배우, 소재의 다양성까지 아주 난리도 아닌 거 있죠.(웃음) 이게 진정한 한국영화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관객들이 봐줬으면 싶었죠. 상업영화에 주력하는 배우나 감독도 가끔씩 눈을 돌려서 협업을 한다면 한국영화 전체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연기자로서의 욕심도 작용했다. 저예산영화를 통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다. 기존의 여리고 소녀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 단계 깊은 연기를 선보이려는 마음도 작용했다.

“이번 영화에선 유독 힘 빼고 연기했더니 오히려 이전 연기보다 더 새로운 뭔가가 나오더라고요. 더 깊이, 더 섬세하게 표현됐다고 할까요. 연기적으로 유연해지는 느낌이에요. 이런 귀한 작업을 통해 다음 작품에선 또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는 관객에게 각인된 배우 임수정의 이미지를 깨뜨릴 만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일 계획이다.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당당한 캐릭터에 끌립니다. 악역도 좋고,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정열적인 캐릭터도 좋아요. ‘엄청 센’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임수정#이동은 감독#영화 당신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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