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우희 “연기는 하면 할수록 완벽할 수 없나봐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6일 06시 57분


영화 ‘어느날’로 관객을 만나는 천우희. 식단 조절과 필라테스로 몸이 가벼워진 덕분일까. 화사한 표정과 얼굴에서 여유가 묻어난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영화 ‘어느날’로 관객을 만나는 천우희. 식단 조절과 필라테스로 몸이 가벼워진 덕분일까. 화사한 표정과 얼굴에서 여유가 묻어난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어느날’로 돌아온 욕심쟁이

진지한 역 많이해서 ‘어둡다’는 선입견
‘어느날’에선 장애인이지만 밝은 캐릭터
완벽하고 싶어서 주변에 벽 친 것 같아
액션 연기·예능 출연 등 새 도전 꿈 꿔

배우의 미모를 평가하기는 부질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자연미를 더하며 점점 예뻐지는 이를 만나면 신기하고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배우 천우희(30)가 따뜻한 봄 햇살에 만개한 꽃처럼 화사한 얼굴로 영화 ‘어느날’을 관객에 내놓는다. 그의 얼굴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배어날 정도다.

5일 개봉한 ‘어느날’(제작 인벤트스톤)을 사이에 두고 천우희와 1년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외모와 표정에서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그간 출연작에 비해 무게감을 덜었고, 덕분에 웃음이 늘었다. 한동안 식단 조절까지 하며 필라테스에 몰두했다고 한다.

“자꾸만 어깨가 당기고 체력이 약해져 진단을 받고 식단을 조절했다. 몸에 맞는 음식을 먹다보니 거짓말처럼 어깨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하하!”

얼굴을 알린 영화 ‘한공주’부터 지난해 ‘곡성’까지 출연작 모두 흥행은 물론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지만 극중 역할 탓에 천우희는 ‘어둡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유머감각을 겸비한 그의 매력은 스크린에서는 미처 발견할 수 없다.

“그동안 웃으며 소개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진지한 모습만 보이니 이제는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아쉬워하더라.”

다행히 이번 ‘어느날’에서는 비교적 밝은 천우희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인 아픔을 가진 시각장애인이지만 상처에 휘둘리지 않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내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김남길)와 만나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어떤 이야기를 내놓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천우희의 힘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인 상처를 경험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을 돌아봤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난 미미한 수준이다.”

천우희는 ‘어느날’에서 두 명의 남자와 만났다. 연출자 이윤기 감독과 상대역 김남길. 분석력이 탁월한 천우희가 경험으로 각각을 평가했다.

“이윤기 감독님은 ‘섬세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감독님은 어떤 기로에 서서 좌우 두 갈래를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배우 천우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배우 천우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남길과 첫 만남에서는 두 사람 모두 운동복을 입었다. 공식적인 일정이 없을 때 주로 입는 스타일. 뜻밖의 공통점에 서로의 성향을 “간파”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걸 선호한다.

“촬영장에 갈 땐 주로 편하게 입는다. 친구들이 꾸미고 가라고 하지만 자연스러운 게 좋은데 어쩌나. 영화 ‘마더’를 찍을 때였다. 김혜자 선생님과 원빈 선배가 편안한 복장으로 촬영장에 오더라. ‘아, 바로 저 모습이 경지에 이른 배우의 모습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출연한 영화에서 대선배들과 함께 했다. 꾸밀 필요가 있었겠나. 하하!”

스크린에서 자신의 개성을 확실히 쌓아가지만 사실 천우희는 요즘 고민도 많다.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겪는 ‘성장통’과 비슷해 보였다.

“연기를 할수록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너무 올곧은 부분으로 나아가려 했다. 완벽하고 싶어서 주변에 확고하게 벽을 친 건 아닐까. 이젠 더 이기적인 시도를 하고 싶다. 나를 보면서.”

그래서 요즘 그는 대중성을 확보할 만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긍정적이다. 새로운 장르를 향한 의욕도 크다.

“여배우 캐릭터가 관념적인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액션을 해도 남자배우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자신이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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