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데뷔 14년만에 첫 악역…촬영 내내 몸까지 욱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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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으로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한 김재원은 “실제 감정과 캐릭터의 감정 구분이 어렵다”고 했지만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진제공|윌엔터테인먼트
‘화정’으로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한 김재원은 “실제 감정과 캐릭터의 감정 구분이 어렵다”고 했지만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진제공|윌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화정’ 끝낸 김재원의 소회

누군가를 짓밟는 연기 낯설고 힘들어
공감하는 연기 위해 캐릭터 분석 심혈
세살배기 아들 얘기엔 환한 살인미소


“괜히 몸이 아프더라.”

2001년 데뷔하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한 연기자 김재원(34)의 소회다.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왕이 되기 위해 반정을 일으킨 인조를 연기했다.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지만, 김재원은 그렇지 않았다. 촬영 직전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눈 동료를 촬영시작과 동시에 미워하는 마음을 품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대중이 생각하는 김재원은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연기자’다. ‘살인미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니, 그의 ‘스마일 맨’ 이미지는 대중의 뇌리 속에 깊게 박혀 있다. 이런 선입견을 가진 김재원에게, 누군가를 짓밟는 연기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억지로 누군가를 미워하려다보니 촬영하면서 몸이 아팠다. 실제 감정과 연기하면서 갖는 감정을 구분하는 게 어렵더라. 인생을 살면서 사랑이나 공부, 운동 등 무언가에 깊게 빠지다보면 모든 것이 붕괴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뿐만 아니라 실존인물 연기도 그에겐 쉽지 않았다. 가상의 인물을 연기할 때처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이지만 지금 보더라도 대중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감독, 작가와 함께 캐릭터를 분석하며 도움을 받았다.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했기에 넘어서면 안 되는 선을 지켜야 했다. 그 사이의 균형이 어려웠다.”

연기자로 살아가야하는 사람만의 고충이다. 그러나 연기자들 대부분이 직업으로서 연기자의 매력을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음”을 꼽는다. 김재원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그 인물이 돼보기도 하고, 때로는 2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기도 하는 등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다각적인 시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김재원은 1년 넘게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일들의 뒷이야기나, 알려지지 않은 사건·사고들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작가가 써준 대로 대본을 읽을 뿐”이라지만, 그의 책임이 막중하다. 자신의 말투, 목소리 톤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게 몸에 배어서일까. 주위 친구들은 김재원을 ‘노인네’ ‘김도사’라고 부른다. ‘살인미소’란 별칭을 가진 김재원에게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모두 상대방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언제부턴가 주변 동생들이 상담을 많이 해오더라.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다보니 어느새 상담사가 됐더라. 하하!”

2013년에 결혼해 그해 아들을 얻은 김재원은 “너무 많은 공개는 알아가는 재미를 반감시킨다”며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세 살배기 아들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살인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물건을 사면 ‘아껴서 오랫동안 써야겠다’는 책임감 비슷한 마음이 생기지 않나.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크겠나.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마음 역시 커진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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