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번엔 유아인한테 좀 묻어갈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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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영조 역 송강호

송강호는 꼭 영화를 이끄는 주연에 대한 욕심을 버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극의 중심이 아니어도 좋은 역할이 있다. 내가 그런 역할을 맡는 게 나한테도 좋은 일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그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송강호는 꼭 영화를 이끄는 주연에 대한 욕심을 버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극의 중심이 아니어도 좋은 역할이 있다. 내가 그런 역할을 맡는 게 나한테도 좋은 일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그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송강호(48)는 16일 개봉한 영화 ‘사도’(15세 이상) 촬영 전에 한 후배 배우와 2박 3일 ‘개인 합숙훈련’을 했다.

“사극은 두 번째지만 실존 인물인 영조를 연기하려니 부담스러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도 역을 맡은 유아인의 얼굴로 시작하고 끝맺는 작품이지만, 아버지와 군주를 오가는 영조의 눈빛이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것은 바로 이런 노력 때문일 것이다. 그를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도’는 개봉 7일째인 22일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사도’의 영조 역할을 굉장히 탐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지난번 ‘관상’(2013년)은 퓨전사극이었다. ‘사도’는 역사적 사건인 임오화변(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숨진 사건)을 정공법으로 다룬다는 점이 좋았다. 사실적이고 솔직하게 이 사건을 들여다본 시나리오가 반가웠다.”

―영조의 대사가 요즘 말투에 가깝다. 이유가 있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극 톤’에 알게 모르게 세뇌돼 있다. 영화에서 영조가 ‘1년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 드느냐’고 묻자 사도가 ‘1년에 한두 번 든다’고 답한다. 이에 영조가 ‘솔직해서 좋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사료에 나온 대화를 그대로 옮긴 거다. 왕도 평소에는 편하게 말하고 욕도 하지 않았겠나. 영조를 해석할 때 왕, 옛날 사람이라는 데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시종일관 무거운 영화에서 영조의 말투나 행동 때문에 관객들이 웃는 순간이 있다. 이준익 감독은 웃기려고 의도한 장면은 없다고 했던데….


“어허, 이거 연기를 잘못했네! 감독의 의도를 못 살리고….(웃음) 애드리브를 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 즉흥연기가 필요한 작품도 있지만 지양해야 하는 작품도 있다. 다만 살다 보면 심각한 순간에도 웃음이 나올 때가 있지 않나. 자연스럽게 관객이 웃은 거라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로 사도의 입장에서 전개되는데 영조로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내가 ‘비호감’ 캐릭터로 손해를 좀 봤지, 하하. 아무래도 희생당한 사도에게 연민이 가지 않겠나. 아들을 죽이게 된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담으려 했지만 수십 년에 걸친 사건을 압축하다 보니 아무래도 부딪히는 면이 있었다.”

―사도가 죽기 직전 뒤주 앞에서 영조가 긴 독백을 하는 장면이 영조의 입장을 설명할 유일한 기회 아니었나.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다. 원래는 처음부터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는데 첫 대사라도 직접 말해야 설득력이 있겠다 싶어 촬영 직전에 바꿨다. 당시 비가 내린다는 설정인데 수염이며 분장이 물에 젖으면 감정이 방해받지 않을지, 대사가 제대로 녹음될지 걱정되더라. 그런데 스태프들이 밤을 새워서 이슬비를 내리는 장치를 만들었다. 영화 찍으며 그런 비는 정말 처음 맞아 봤다.”

―영화가 무거워서 추석 시즌 영화답지 않다.

“흔히 말하는 명절용 영화는 아니지만 ‘사도’도 결국 가족 영화다. 군주인 아버지와 세자인 아들, 둘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명확하다. 유아인 씨가 ‘베테랑’으로 칭찬을 많이 받아서 그 덕을 좀 볼 거 같다.(웃음)”

―‘변호인’(2013년) 때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끝까지 가는 역이 아니어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했던 말을 의식한 건 아니지만 영조 역도 크게 보면 그런 범주의 선택이다. 극의 중심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과 역할이 있고 이제는 그런 역할을 맡을 때가 됐다. 그게 나한테도 좋고.”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송강호#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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