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깬 김태희, 연기력 논란 잠재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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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 ‘용팔이’ 방영 5회만에 시청률 18%… 2015년 평일 밤 드라마 중 최고

“과거보다 향상” 호평
근육퇴화한 연약한 여인과 복수의 칼 가는 다부진 ‘상속자’
두 얼굴의 연기 자연스럽게 표현

데뷔 15년차… 변곡점 기대
“희로애락 표정 차이 없다” 지적… “외모에 감정 표현 묻혀” 반론도
자신만의 색깔로 연기 몰입해야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첫 회 시청률 11.6%(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19일 방영 5회 만에 18%를 찍으며 올해 방영된 평일 밤 드라마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시청률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건 4회까지 수면 상태였던 김태희가 5회에 깨어났을 때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는 것. 일부에선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거론하며 시청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19일 방송에선 과거보다 훨씬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SBS 드라마 ‘용팔이’ 5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김태희. 이날 방영분은 올해 방영된 평일 밤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TV 화면 캡처
SBS 드라마 ‘용팔이’ 5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김태희. 이날 방영분은 올해 방영된 평일 밤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TV 화면 캡처
○ 누워있던 김태희, 드디어 일어났다

5일 방영된 첫 회부터 4회까지 이 드라마는 용한 의사 김태현(주원)의 독무대였다. 태현은 ‘돈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속물 의사지만, 아픈 동생의 치료를 위해 빌려 쓴 사채를 갚으려 불법 왕진을 하고 결국 경찰에 쫓긴다. 첫 회부터 조직폭력배를 왕진하는 용팔이와 그를 쫓는 경찰의 추격 장면이 속도감 있게 전개됐다면, 3회부터는 태현이 입성한 한신병원 최우수고객(VIP)층을 배경으로 돈 있는 자만 우대하는 병원 시스템의 부조리가 비중 있게 그려졌다.

반면 극 초반까지 자동차 사고 장면, 자살 시도 장면 외에 병실에 줄곧 누워 있던 여진(김태희)의 활약이 5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복오빠에 의해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져 있던 한신그룹의 제1상속자 여진은 잠에서 깨어나 태현과 거래를 통해 친구가 된다. 이날 방영분을 통해 김태희는 근육이 퇴화돼 혼자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연약한 여인의 모습과 자신을 잠들게 한 사람들을 향해 복수를 계획하는 다부진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차갑고 차분한 연기를 잘한 것 같다’ ‘배역이 예쁜 외모에 잘 어울린다’는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 데뷔 15년 차 김태희, 연기력 논란 씻을까

2001년 영화 ‘선물’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태희에게 연기력 논란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특히 KBS ‘구미호외전’(구미호족의 여전사 역·2004년)과 ‘아이리스’(프로파일러 역·2009년)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해 대중은 혹평을 내렸다. 영화 ‘중천’(2006년)에서 중천을 지키는 하늘의 사람 역을 맡았지만 화나고 기쁘고 놀라고 슬픈 표정에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송계에선 MBC ‘마이프린세스’(2011년)에서 공주가 된 푼수 여대생 역을 맡으며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첫 사극이었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년) 후반부부터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는 평이 나왔지만 연기력 부재 이미지는 좀처럼 씻기지 않았다.

함께 작업한 제작진들은 배우로서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옥정…’의 부성철 PD는 “김태희처럼 눈물을 흘리는 장면만 7번을 반복해 찍을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감정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있는데 외모가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혹하게 평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리스’를 연출한 김규태 PD는 “본능적으로 감성을 연기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 김태희는 자신만의 색깔로 천천히 몰입하는 스타일이어서 어느 순간 연기력이 꽃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력에 여전히 업그레이드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용팔이’에서 이전보다 나은 연기를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자의식이 역할과 완벽하게 동화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뛰어난 미모와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김태희는 강하고 거친 생활 연기보다 동경의 대상인 상속녀, 공주 같은 배역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김배중 기자
#김태희#연기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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