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나는 왠지 악역을 잘 할 것만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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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7시 00분


맑은 소년의 미소를 지닌 여진구. 17세인 그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설 때는 모습이 바뀐다. 9일 개봉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선 처절한 복수에 나선 소년을 연기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맑은 소년의 미소를 지닌 여진구. 17세인 그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설 때는 모습이 바뀐다. 9일 개봉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선 처절한 복수에 나선 소년을 연기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서 복수극 펼친 여진구

아직 17세…첫사랑도 못해봤지만
이병헌 선배같이 악역도 하고 싶고
청소년관람불가 내 영화도 보고싶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연기자 여진구는 얼마 전 일주일 동안 중간고사를 치렀다.

중학생 때만 해도 성적을 묻는 질문에 “상위권”이라고 대답했지만 이젠 같은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벼락치기도 안 통한다”고 울상을 짓는 그는 “시험기간엔 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갔는데…, 기분만 더 울적해졌다”고 했다.

여진구가 연기 활동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수고가 아닌 일반고를 택한 건 “꼭 한 번 남고에 다녀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평범한 학교생활은 꼭 필요하다. 대학도 연극영화과보다 심리학과처럼 연기에 도움을 주는 전공을 원한다. 이 말을 담임선생님께 했더니, ‘답답한 소리한다’고 하시더라.(웃음) 복수전공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여진구는 대학 전공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답하자, 그제야 얼굴빛이 환해진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여진구는 “언젠가 뼛속까지 나쁜 악역을 하고 싶다”면서 또 다시 “어울릴 것 같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망한 표정 대신 그는 “그래도 하고 싶다”며 웃었다.

“나는 왠지 악역을 잘 할 것만 같다. 흐흐. 하정우, 이병헌 선배처럼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가 꿈이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지만 두 분이 정말 부럽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아역 연기자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그 속에서 여진구는 좀 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생이지만 남녀의 사랑을 연기하고(‘보고 싶다’), 냉혹한 복수에 나서는 남자(‘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되기도 한다. 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 여진구는 정작 첫사랑의 경험도 아직 없다. “첫사랑? 음…, 아직 못해본 것 같다”는 그에게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보고 싶다’의 애잔한 연기는 “손발이 오글거린 경험”으로 남아 있다.

“실제론 무뚝뚝한 성격이다. 연기하면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하하!”

여진구를 다시 평가하는 작품이 되고 있는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킬러들의 손에 키워진 소년 화이의 이야기.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고 주위를 향한 날선 복수에 나서는 화이를, 여진구는 연기했다. 총과 살인이 난무하는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17세인 여진구는 볼 수 없는 영화. 그래서 아직도 여진구는 자신의 주연영화를 확인하지 못했다.

“몰래 (극장에)들어갈까 생각도 해봤다. 열여덟? 열아홉 살만 되도 시도하겠는데.(웃음) 잘된 면도 있다. 큰 스크린에서 내 얼굴 보면 정말 부끄러울 테니까.”

여진구가 연기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부모를 졸라 연기를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배우를 꿈꿨다. 당시 드라마 ‘자이언트’를 찍으면서다. 중학교 2학년 때엔 옅은 사춘기도 겪었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갖고 있어 방황 한 번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여러 촬영현장에서 익힌 ‘사회생활’의 경험도 한 몫을 했다.

사춘기 무렵 친구들이 ‘노OOOO’ 브랜드의 패딩에 “목숨 거는 걸” 여진구가 이해하지 못한 건 “촬영장에서 형, 누나들이 그 패딩을 어떤 용도로 입는지를 봐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혹독한 야외촬영장에서 연기자들은 주로 그 브랜드의 패딩을 입는다.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할 때도 있다. 이제 진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라서. 그렇게 보면 나는 내 길을 일찍 찾았으니까.”

여진구는 “친구가 없을 거란 오해는 말아 달라”고 했다. “원래 남자들은 장난 몇 번 치면 금방 친해진다”는 말과 함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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