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뜨거운데 스포츠소재 볼거리 왜 ‘씨’가 말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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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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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극복 영웅 뻔한 스토리에 다들 질렸다”
실제 경기가 연출된 장면보다 더 인기끌어

올림픽의 계절. 그동안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해마다 대중문화계도 ‘스포츠 특수’를 누려 왔다. 대회의 뜨거운 열기는 대중이 스포츠 소재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림픽의 해인 올해 국내 대중문화계에서 스포츠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제작중인 영화 51편중 스포츠 소재 단 하나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개봉하거나 방영될 영화와 드라마 중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작품은 찾기 힘들다. 최근 5년간 영화계에서 스포츠 소재는 ‘블루칩’으로 통해 왔다. 400만 명을 불러 모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 800만 명이 본 ‘국가대표’(2009년) 이후에도 지난해 ‘글러브’, ‘투혼’, ‘퍼펙트게임’(이상 야구), ‘챔프’(경마) 등이 잇달아 개봉했다. 반면 올해 개봉된 스포츠 영화는 ‘페이스 메이커’(마라톤)와 ‘코리아’(탁구)뿐이다.

동아일보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의 제작 상황판을 분석한 결과 2013년까지 개봉을 목표로 하거나 촬영 중인 51편의 영화 중에서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현재 촬영 진행 중인 ‘미스터 고’(야구)가 유일했다.

스포츠 드라마도 씨가 말랐다. 1996년 ‘마지막 승부’(농구) 이후 아이스하키 드라마 ‘아이싱’, 축구 드라마 ‘슈팅’(이상 1996년), 권투드라마 ‘때려’(2003년), 소프트볼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2006년), ‘공포의 외인구단’, ‘트리플’(이상 2009년), ‘영광의 재인’(2011년) 등 주기적으로 스포츠 소재 드라마가 방영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자 체육고등학교를 다룬 학원물로 8월 방영 예정인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정도가 간접적으로나마 스포츠와 관계가 있다. 스포츠만화조차 지지부진하다. 10∼30대의 주요 만화 소비 창구인 네이버 웹툰 연재만화 118편 중 스포츠만화는 단 4편(3.3%)에 그쳤다. 교보문고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20위 내에도 스포츠 만화는 없었다.

○ ‘개천용 스토리’ 인기없고 배우 훈련도 어려워

스포츠 콘텐츠가 하락세에 접어든 이유는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것.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고 영웅이 되는 성장스토리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 상황에도 부합하지 않고 진부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학생 이희용 씨(22)는 “가난한 주인공이 어렵게 우승하는 스토리에는 공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재훈 씨는 “TV 오디션이 넘쳐나는 탓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 내러티브 자체에 질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작자들은 스포츠를 소재로 다룰 경우 제작비가 2배 이상 든다고 하소연한다. 배우들이 극중 스포츠 동작을 제대로 익히기도 쉽지 않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홍보과장도 “스포츠 자체, 즉 ‘사실의 극적인 모습’이 ‘영화 속의 극적인 연출’보다 뛰어나다 보니 관객의 기대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작가들도 최근에는 스포츠보다는 심리학 등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소재로 대중의 이목을 끌려는 경향이 강하다. NHN 웹툰 담당 김현지 대리는 “스포츠를 다루려는 작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는 여전히 ‘킬러 콘텐츠’라는 반박도 나온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스포츠 소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새로운 스포츠 소재가 부각될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스포츠 소재에 독특한 설정이나 소재를 넣어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스포츠 팬 문화 등 독특한 소재를 넣어 스포츠 콘텐츠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최서영 인턴 기자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대중문화#스포츠#스포츠 만화#스포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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