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3 김병욱 PD “시청률 떨어져도 판에 박힌 코미디 피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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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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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3’ 끝낸 시트콤 대표 연출자 김병욱 PD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새드엔딩은 아니지만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찜찜하다. 전작처럼 주인공 커플이 헤어지거나(‘거침없이 하이킥’),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지붕뚫고 하이킥’)은 없었다. 그러나 ‘안 될 사람들, 안쓰러운 사람들’의 뉘앙스를 가진 상호 ‘안쓰월드’로 사업을 시작한 내상의 샴페인은 깨져 버렸다. 재수를 시작한 종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회한 하선과 지석의 미래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최근 종영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하이킥3)은 끝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식의 결말을 거부했다.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다수는 실패하죠. 그런 해피엔딩은 기만 아닐까요. 저는 그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그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김병욱 PD(51·사진)의 말이다. 그는 ‘순풍산부인과’부터 하이킥 시리즈까지 히트시켜 국내 시트콤의 대표 연출자로 꼽힌다. 한 작품을 끝낸 후의 느낌은 ‘한동안 뇌 일부를 잘라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이킥3는 6개월간 방영되면서 수도권 기준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20%가 넘었던 전작들과 비교되며 ‘실패한’ 시트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얼마간 예견했던 것이다. 하이킥3는 전작들과 달리 웃음 유발형의 노인과 아이 캐릭터를 빼는 대신 ‘몰락한 가족’ ‘88만 원 세대’ 등 사회적 패자들의 비중을 늘렸다.

이 작품은 평소 지독한 회의주의자를 자처하는 그가 안간힘을 쓴 작품이기도 하다. 김 PD는 “(하이킥3가) 지나치게 평가절하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와 시청자가 원하는 이야기 사이에 간극이 커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슬픈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한테도 기존 코미디를 반복하는 게 더 쉬운 일이고요. 하지만 시청률이 떨어져도 자기 복제는 피하고 싶었죠.”

전작에서 신인들을 기용해 스타 제조기로 불렸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박하선 강승윤 등 가능성 있는 신인 연기자를 발굴했다. 그는 “대본상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것들이 신인 연기자를 만나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하는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이킥3를 “절절한 친구 같은 작품”이라고 말한 그는 이 친구와의 이별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 여행을 떠나고 한동안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하이킥4를 기대해도 좋을까.

“하이킥3를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어서 고민 중이에요. 이왕이면 박수칠 때 떠나고 싶은 욕심 같은 건데, 제가 보이는 것보다 승부욕이 있어요(웃음). 하이킥4가 됐건 다른 시트콤이 됐건, 또 다른, 새로운 얘기를 해야겠죠.”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하이킥3#하이킥3종방#김병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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