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러브픽션’, 겨털이 주제인 ‘롤러코스터 남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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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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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감독 전계수, 29일 개봉)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젊은 카리스마 하정우와 ‘공블리’ 공효진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를 상상했다면, ‘땡’이다. tvN ‘재밌는TV 롤러코스터’ 남자 편에 가깝다. 주제는 겨드랑이 털(겨털)이다.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은 글이 좀처럼 써지지 않자 ‘뮤즈’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세련된 커리어우먼 희진(공효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희진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주월은 드디어 희진과 잠자리에까지 이른다.

여기까진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이제부터 ‘삼거리 극장’에서 보여준 전계수 감독의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색깔이 나온다.

주월은 침대 위에서 결정적인 순간 ‘이것’ 때문에 당황하는데, 바로 희진의 잘 자란 겨털이다.

겨털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자란 희진이의 성장 배경이자 그만의 남다른 정체성을 뜻한다. 영화 속에서 겨털은 희진의 화끈하고 당당한 성격과 직결된다. 처음 주월은 다른 남성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혼란에 빠지지만, 이내 희진의 겨털까지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끝내 겨털로 인한 무엇이 주월을 붙잡고 그들은 서로 상처주기에 이른다.

비록 분장이지만 이런 노출(?)은 여배우에겐 부담이 됐을 터. 공효진은 이 ‘겨털’ 중심의 영화를 사랑스럽게 만들어 냈다.


하정우는 15일 열린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서 “2007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2008년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여자배우가 구해지지 않아 지난해에나 촬영에 들어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공효진은 자못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막상 큰 화면으로 보니 부끄러운 눈치였다.

전계수 감독은 여기에 재기발랄한 구성을 더해 지루할 틈을 없앴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주월의 소설이 극화돼 중간에 삽입된다. 여기서 하정우는 남성적 매력이 물씬 나는 형사로 분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주월과 멀티맨 이병준과의 대화는 관객이 주월의 속마음을 직접적으로 알게 만드는 동시에 주월의 ‘찌질함’을 동정하게 만든다.

음악 역시 전계수 감독의 주특기다. 주월은 희진이 샤워하는 동안 쾌재를 부르는데, 이때 샤워하는 희진의 장면에 주월의 문어체적 대사가 흐르며 그 환희를 표현한 교향곡이 깔린다.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들이다. 후반부 삽입되는 ‘알라스카는 ‘후크송’ 못지않은 중독성이 있다.

필름을 씹어 먹고 사는 남자 하정우와 살신성인으로 사랑스러운 여자 공효진, 독특함 감수성의 전계수 감독이 만난 영화 ‘러브픽션’은 달콤하기만 한 로맨틱 코미디가 따분했던 이에게 새로운 별미가 될 것이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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