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김명민 “내가 어려운 사람? 허당기 다분…어릴 적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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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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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배우 김명민(40)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유쾌했다. 중후하게 울려 퍼지는 화통한 웃음소리와 함께 흡입력 강한 말투는 인터뷰 내내 여기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명배우는 대개 ‘까칠하기 마련’이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주었다.

최근 김명민은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평생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30km밖에 달릴 수 없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연기했다. 주만호는 자기 몸 상하는 줄 모르고 그저 동생 잘되는 것이 낙이며, 순하다 못해 바보 같은 정도로 착해 빠졌다.

18일 개봉한 ‘페이스 메이커’는 누적 관객 수 4만 607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5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상태다.

▶ 페이스 메이커의 주만호 “내가 봐도 참 못났다”

카리스마 배우 김명민은 무엇 때문에 노메이크 업에 인공치아 까지 끼며 못난이 주만호로 변신했을까.

그는 “‘이건 내가 해야 하는 거다’라는 느낌, 마치 누가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방에게 한 눈에 훅 간 느낌을 받았다”며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달리는 말이 형상화 되면서 덮을 때는 눈물을 엄청 쏟았다”며 하늘이 점지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주만호는 끊임없이 달린다. 마라토너의 꿈을 접은 후에도 치킨 배달하면서 달리고, 다른 사람의 완주를 위해 30km 까지 밖에 달리지 못하는 ‘페이스 메이커’.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런데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뛴다. 또 뛰네. 어라? 또 뛰어? 힘들겠다 싶었지만 이미 첫 눈에 반했으니까 갈 수 밖에 없었다. 전생의 연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김명민은 언론시사회 당시 외모 변신에 대한 질문에 “너무 못생겨서 후회 중”이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그는 “정말 밋밋하고 궁색한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를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할까 고민하다가 인공치아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노 메이크업을 한다고 하더니 이제 치아까지, 만호를 너무 망가트리는 것 아니냐고 반대했다”며 “결국 우겨서 하게 됐는데 이가 너무 아프고 침이 고여 힘들더라. 또 발음도 부정확하고…”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덕분에 멍청해 보일만큼 착한 주만호가 더욱 돋보였다. 그는 “명확하지 않고 어눌하지만 대사는 전달돼야 하는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 어려운 사람? 허당…어렸을 적에는 춤꾼

김명민은 의외의 모습으로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가장 자신과 닮아있는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조선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의 명탐정을 꼽았다. “약간 허당기 있는 모습이 나와 닮아있다”라며 웃는다.

그러더니 “어릴 때는 음악만 나오면 춤추는 춤꾼이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소풍 때 이반저반 불려다니며 춤을 추곤 했다. 그땐 정말 문어 같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웃음)”

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 변화 무쌍한 변신…남은 것은 대통령 뿐

괴짜 마에스트로 ‘강마에’, 불꽃 욕망의 의사 ‘장준혁’, 카리스마 넘치는 ‘이순신’ 등 웬만한 역할을 다해봤을 김명민에게 해보고 싶은 역할이 또 있을까.

“요즘은 정말 없긴 한데…지인들이 그런다. 남자의 3대 로망은 다 채워야 하지 않겠냐고…. 장군, 마에스트로(명 연주자)를 했으니 대통령 하나 남았다.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궁금했다. 예상대로 ‘하얀 거탑’의 장준혁과 이순신을 꼽았다. “KBS 드라마 ‘이순신’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줬다. 여러 가지 고민이 많던 시절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캐릭터는 강마에. “너무 유치하고 난해한 애인 거다. 이런 사람이 어디있나 싶었다. 잘못 연기했다간 유치하고 볼품없는 작품이 되겠더라.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맡는 배역마다 마치 그 캐릭터에 빙의된 듯 연기한다고 말하니 “철저하게 그 사람이 되자”라고 다짐한다고 대답한다.

이어 김명민은 “항상 이 캐릭터는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인생을 대신 보여주는 대변인. 연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준다는 착각으로 연기에 임한다”고 말한다. ‘천상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배우 김명민. 임진환 기자 photolm@donga.com

▶ “이제는 남을 돌볼 때가 온 것 같다”

최근 김명민은 6년 넘게 동고동락 해온 마이(MY)엔터테인먼를 떠나 MM엔터테인먼트로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이는 앞으로 후배 양성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잘 나가는 마라토너 민윤기 역을 맡은 최태준이 바로 그의 첫 번째 제자다.

김명민은 “(기획사를 설립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것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인을 통해 한 남자아이(최태준)가 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일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그때까지 기다려 줬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 내가 자라나는 새싹의 꿈을 일년을 허비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겁이 덜컥 나더라”면서 최태준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최태준의 연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내 연기 몰입보다 이 친구의 잘못된 부분들이 눈에 보일까봐…역시 실제로도 그렇다고 하더라”며 “감독님도 ‘명민 씨가 알아서 해주겠지’하고 보시는데 그것도 부담이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집중력이 분산될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애가 말귀가 밝아서…”라며 후배이자 제자인 최태준 칭찬도 잊지 않았다.

▶ 배우가 아닌 일상 속의 김명민은 어떤 사람?

김명민은 따뜻했지만 분명 엄격한 사람이었다. 넉살 좋은 말투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어버지 김명민도 엄격할까? 그에게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 김재하 군이 있다. 얼마 전 온라인상에 가족 화보가 공개되면서 김재하 군의 준수한 외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들이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아버지 김명민은 어떻게 나올까. “절대 반대다. 내가 간 길을 아들이 걷게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밟고 밟다가 정말 하겠다고 하면 인정해 주겠다.”

‘밟고 밟다가’란 거친 표현에 아들 교육을 무섭게 할 것 같았다. 그는 엄한 아버지처럼 “잘못 했을 때는 무지하게 혼낸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야 한다. 아빠 말만 들으면 덜덜 떨게끔…”이라고 했다.

하지만 “놀아줄 때는 아들이 막 머리를 치고 등을 타고 올라온다. 이런 것은 끈끈한 부정이 흐르기 때문”이라며 부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는 나보다 엄마를 많이 찾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들이 눈이 다쳐서 피가 철철 나는데 병원 가는 내내 아빠를 찾더라고 하더라. 역시 엑기스는 나한테 있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자식 교육 꼭 이렇게 시키라고 한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

도도한 배우 김명민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김명민을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내 처음 느꼈던 설레는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아 달콤한 기분마저 들었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사진=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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