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또 사극한다면 연산군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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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7시 00분


“강채윤은 대길과 달리 절실함이 뭔지 아는 인물이에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가슴 속 깊은 한을 품은 풍운아 강채윤을 맡은 장혁. 시청자를 빨아들이는듯한 중독성 강한 그의 연기는 ‘추노’에 이어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팩션’사극의 마력에 빠져들게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강채윤은 대길과 달리 절실함이 뭔지 아는 인물이에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가슴 속 깊은 한을 품은 풍운아 강채윤을 맡은 장혁. 시청자를 빨아들이는듯한 중독성 강한 그의 연기는 ‘추노’에 이어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팩션’사극의 마력에 빠져들게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문경·경주·부여·파주·해남 전국일주 촬영…‘뿌리 깊은 나무’ 장혁

처음엔 강채윤 역 매력 못느껴 거절
탐났던 가리온 역할 윤제문 선배 추천

대길이가 오늘만 살아가는 인물이라면
강채윤은 어제만 있어…캐릭터 정반대

집에 제대로 못들어가는 강행군 촬영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죠


“강채윤에게 매력을 못 느껴 처음엔 거절했죠.”

장혁. 지난해 ‘팩션 사극’의 붐을 일으킨 ‘추노’부터 올해 드라마 ‘마이더스’, 그리고 요즘 장안의 화제인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까지 드라마 출연작 세 편이 연속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서울과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한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는 일주일에 겨우 반나절 정도가 촬영 없는 자유시간이다.

장혁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소중한’ 휴식시간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졌다. 11월 마지막 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오후까지 지방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자 특유의 느긋하고 진중한 어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전까지 장혁은 기자들 사이에 ‘단답형 배우’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스타’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이날 그는 “옛날에 태어났으면 ‘변사’를 했을 것 같다”며 ‘수다쟁이’로 변했다.

● “실은 가리온 역이 탐났지만 나이가 맞지 않아서…”

장혁이 맡은 겸사복 강채윤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초반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오로지 왕의 암살밖에 모르다가 지금은 세종의 오른팔이 되어 돕는다. 왕과 맞설 때, 같은 노비 출신들과 어울릴 때, 180도 다른 인물이 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장혁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소이(신세경)와 세종(한석규), 가리온(윤제문) 등 여러 명한테 둘러싸인 포지션이죠. 상대에 따라 리액션도 달라지니 (연기가)조금 더 풍족해진 것 같아요. 전에는 (연기에 대해)몰라서 못했다면 이제는 ‘내가 해석하고 느낀 것이 맞을까’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얻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그는 강채윤 역의 출연제의를 받고 ‘단칼’에 거절했다.

“시놉시스를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죠. 진짜 안 할 생각이었어요. 강채윤이 극의 화자로만 머물러 있어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나중에 캐릭터가 각색되고 독특한 인물로 변한 것에 반해 결정한 거죠. 실은 가리온에 너무 반해 강채윤이 눈에 안 들어온 것도 있어요. 결국 나이대가 맞지 않아 욕심을 내서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대신 장혁은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윤제문에게 가리온을 추천했다. 재미있는 점은 세종의 내금위장인 조진웅도 그의 제의로 출연이 성사됐다. ‘추노’ 시절 상대 역이던 이다해도 그의 추천으로 출연하게 됐다.

“(조)진웅이와는 친구에요. ‘추노’때 처음 만났는데 무휼과 딱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이)다해는 ‘불한당’에 출연할 때 만났어요. 괜찮은 친구라고 느꼈죠.”

● “다음에 사극에 출연한다면 연산군을 하고 싶어”

초반부에 장혁은 ‘추노’의 대길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추노’와 ‘뿌리 깊은 나무’가 같은 사극이고, 대길 역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영향도 있었다.

“‘추노’가 감성적이었다면 ‘뿌리 깊은 나무’는 이성적이에요.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프리즌 브레이크’의 차이죠. 대길이는 내일 없이 오늘만 살아가는 캐릭터에요. 지루한 인물이죠. 하지만 강채윤은 반대로 아버지가 죽은 날부터 멈춰 있는, 어제만 있는 캐릭터에요. 절실함이 뭔지 알고요.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달라요.”

장혁은 사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게 됐다. ‘추노’와 ‘뿌리 깊은 나무’ 사이에 현대극 ‘마이더스’가 있었지만, 두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사극은 위인전을 읽은 것과 느낌이 다르잖아요. 세종대왕, 사육신, 한명회 등 과거의 실존인물이 현재에 다시 태어나 새롭게 조명된다는 것이 새로워요. 다음에 사극에 또 출연한다면 연산군을 해보고 싶어요. 폭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뿌리 깊은 나무’는 야외 촬영장이 경북 문경, 경주, 충남 부여, 경기도 용인, 파주, 전남 해남 등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하지만 장혁은 “아이고, ‘추노’에 비교하면 마실 다니는 느낌”이라며 ‘허허’ 웃었다.

● “딸 하나 더 낳고 싶은데…”

‘뿌리 깊은 나무’ 촬영으로 거의 매주 전국일주를 하다 보니 집에는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아버지가 건설업에 종사해 어렸을 때 해외 출장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외로움이랄까 그런 게 있었는데, 제 아들들에게 그런 마음을 안겨주기는 싫어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요. 세 살과 네 살의 아들은 아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TV에 나오는 줄 알아요.”

장혁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딸도 하나 낳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주위에 딸을 가진 친구가 굉장히 많아요. 자녀가 많은 건 부부에게 가장 큰 행복이니까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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