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0년 한국계 러 록가수 ‘빅토르 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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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7시 00분


일제 강점의 위기 속에 조국을 떠나간 사람들. 러시아로 간 이들은 이후 중앙아시아로 내처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까레이스키’로 불렸던 그들의 아픔은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곳곳에 남아 있다. 그 후손들은 지금도 반도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 후손 가운데 젊은이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시대에 대한 저항을 노래하며 위로의 손길을 건넨 이가 있었다. 빅토르 최(사진). 1990년 오늘, 그가 여름 휴가차 발틱해 인근으로 낚시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빅토르 최는 1930년대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전기기사 한국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1962년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심취한 그는 1984년 밴드 키노를 결성해 1986년 첫 앨범을 내놓은 후 ‘전설’과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 ‘혈액형’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낮엔 기능공으로 일하며 밤에는 당국의 눈을 피해 무대에 선 빅토르 최는 자유와 저항의 정신은 음울하지만 강렬한 음악으로 펼쳐내며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모스크바의 젊음의 거리 아르바트가에는 매일 1000∼2000명이 촛불을 밝히며 추모의 행렬을 이뤘다. 추모의 벽도 세워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의 노래와 정신을 기리고 있고 빅토르 최는 ‘20세기 위대한 러시아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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