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태 “연극 첫 도전이 동성애자라니…팬들이 ‘은언니’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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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7시 00분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주연 박은태

뮤지컬배우 박은태가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섰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동성애자 ‘몰리나’로 분장한 박은태의 모습.
뮤지컬배우 박은태가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섰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동성애자 ‘몰리나’로 분장한 박은태의 모습.
공연장은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손가락만 대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객석을 맴돌았다.

무대에서는 두 남자가 격렬한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반투명한 벽면에 실루엣으로 비춰졌다. 아름답다 못해, 처절하고 처연한 장면이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이하 거미여인)’에는 두 남자만이 등장한다. 배경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치범 수용소. 한 남자는 냉소적인 게릴라(발렌틴), 또 한 명은 낭만적인 동성애자(몰리나)이다. 두 남자가 한 감방 안에 투옥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내용이다.

배우 박은태는 ‘거미여인’에서 동성애자 ‘몰리나’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뮤지컬 배우로 여성팬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그의 첫 연극 도전 무대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동성애자라니. 그가 ‘몰리나’ 역을 맡았다는 소식은 팬들 사이에서 대단한 화제였다.

“이지나 선생님께서 연출하신다는 말을 듣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평소 주변에서 ‘이지나 연출과 꼭 해봐야 한다’란 말을 하도 많이 들었거든요.”

박은태는 뮤지컬 배우지만 성악이나 연기가 아닌 경영학 전공자이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연출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배운다. 이번 작품 연습을 할 때도 연출가에게 꽤나 혼나가면서 배웠다.

“무대 위의 ‘몰리나’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여자’로 느끼게 된다”고 하자 그가 활짝 웃었다.

“다행이네요. 사실 이번 작품 목표가 관객에게 단 한 번이라도 여자로 보이는 거였거든요.”

박은태는 자신에게 여성성이 내재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형제의 막내로 자란 그는 철이 들면서 집에서 딸 노릇을 하며 살았단다. ‘몰리나’의 여성스런 동작이나 말투는 연출가의 지시에 따랐지만 딸 노릇을 하며 체득한 ‘노하우’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됐다. 그러고 보니 팬들 사이에서 박은태는 ‘은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미소년 이미지에 워낙 미성을 지닌 까닭이다.

후반부 정사신 외에도 ‘거미여인’에는 키스신과 같은 진한 스킨십 장면이 적지 않다. “혹시 느끼고 있나”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하하하! 느껴야죠. 그런데 잘 못 느끼는 게 사실이에요. 전 어쩔 수 없는 남자니까요.”

마지막으로 ‘거미여인’을 하면서 힘든 점을 물었다.

“공연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몰리나’가 남아 있더라고요. 잘 안 빠져요. 그래서 (제 정체성을 위해) 일부러 여자들 있는 곳을 많이 찾아다닙니다. (김)승대 형(발렌틴 역)의 맨살이 자꾸 몸에 남아서. 하하하! 가뜩이나 여자친구도 없는데, 고민이에요.”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4월17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악어컴퍼니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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