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최고 클럽 명예에 흠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8월 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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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는 출전하지 않는다”는 FC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 감독의 한 마디로 촉발된 ‘메시 파문’은 한여름 밤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한 편의 코미디였다.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 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는 결장한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 뒤 4시간 30분이 흐른 4일 오전 0시31분, 프로축구연맹은 문자를 보냈다.

‘메시, 출전키로. 오전 9시 메시 참석 기자회견 예정.’

이로부터 두 시간이 지난 오전 2시28분, 연맹은 또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 기자회견 취소. 관련 내용은 바르셀로나 보도자료 대체. 자료는 4일 오전 배포.’

한 여름 밤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과르디올라 감독의 기자회견 이후 분위기는 심각했다.

이준하 연맹 총장과 대회 주관사 스포츠앤스토리 정태성 대표는 기자회견 후 곧장 바르셀로나가 머물고 있는 메이필드 호텔을 찾았다.

이들은 호셉 마리아 바르토메우 부회장 등 구단 수뇌부와 대화를 나눴지만 원점을 맴돌 뿐이었다. 어느 곳이든 선수 선발과 출전은 사령탑 고유 권한으로 누구도 ‘감 놔라, 배 놔라’ 할 권리는 없다. 명망 높은 클럽일수록 감독의 권위는 더욱 높다.

그런데 결과는 달라졌다.

“K리그 올스타팀이 유스 팀과 경기할 필요는 없다”며 대회 취소의향을 비치자 강경했던 바르셀로나가 방침을 바꿨다. 이사진 대표격인 마리아 부회장은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과르디올라 감독을 따로 만나 설득했고, 자정을 넘겨 ‘출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메시의 출전 여부를 떠나 도를 넘어선 바르셀로나의 오만함과 허술한 계약이 남긴 파장은 심각하다. 메시의 기자회견까지 취소한 바르셀로나는 소통은커녕 마지막 해명기회도 놓쳤다.

3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초청료를 받고 방한한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30분 이상 뛰지 않으면 위약금을 일부 물어야 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감독의 결정을 바꿨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세부 내용을 잘 몰랐고, 구단과 감독이 ‘힘겨루기’를 하는 인상이 짙다는 게 주관사 및 연맹 측 설명이지만 실제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이마저 믿기 어렵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바르셀로나 구단 홈페이지에는 ‘메시, 몇 분 뛴다(Messi to play a few minutes)’는 세 단락짜리 짧은 기사가 게재됐다.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 주최 측의 사정이야 그렇다 손치더라도 성의 없는 바르셀로나는 최고 클럽 이미지에 더 없이 중요한 ‘신용’과 ‘신뢰’를 잃었다. 한국 팬들의 공분은 또 하나의 생채기로 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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