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슬픔’을 들고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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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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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레이니즘’ 이후 1년 반 만에 스페셜 음반
이효리… 2년전 ‘유-고-걸’ 이어 4집 앨범

가수 비(28)와 이효리(31)가 나란히 컴백했다. 비는 ‘레이니즘’ 이후 1년 6개월 만인 7일 스페셜 음반을, 2008년 ‘유-고-걸’로 인기를 얻었던 이효리는 12일 4집을 선보였다. 아이돌 스타로 출발해 각각 데뷔 8년과 12년을 맞은 두 사람은 이번 컴백 음반에서 예상 밖의 변신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들의 컴백 음반에 드러난 전략을 경영학 이론으로 들여다봤다.

○ 리포지셔닝(Repositioning)-변신을 팬들에게 각인시켜라

화려한 댄스가 특기인 비는 팬들의 예상을 깨고 애절한 발라드 ‘널 붙잡을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걸었다. 비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변화가 필요했고 그것이 대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앨범 발매에 앞서 2일 쓸쓸한 분위기의 복고풍 발라드 ‘그네’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네는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이효리의 변신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다. 소속사인 엠넷미디어 이희진 씨는 “색다른 이미지로 반전을 시도해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주려고 발라드를 먼저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신은 경쟁 환경과 소비자 욕구의 변화에 따라 상품의 포지션을 바꾸는 ‘리포지셔닝’ 전략으로 보인다. 비는 ‘풀하우스’ ‘닌자 어쌔신’ 등 드라마와 영화, 이효리는 ‘패밀리가 떴다’를 비롯한 예능물을 통해 팬들과 너무 친숙해진 것을 경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브랜드 수명 주기가 성숙기에 이르면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주기 위해 리포지셔닝 전략을 쓴다”며 “비와 이효리의 변신도 그런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두 스타 컴백앨범의 경영학적 전략

■ 변신을 각인시켜라
댄스곡 위주서 슬픈 발라드로
■ 장기는 최대한 부각
더 강력한 근육질 몸-섹시 어필
■ 음악성 홍보에 승부
직접 작사-작곡… 아이돌과 차별
○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은 그대로-나만의 강점을 지켜라

비와 이효리는 발라드로 변신을 도모했지만 핵심 역량(비의 근육질 몸매와 춤, 이효리의 섹시 발랄함과 춤)은 고수했다. 비는 뮤직비디오와 새 앨범 재킷 사진에서 트레이드마크인 근육질 상반신을 노출했다. 타이틀곡은 발라드지만 후속곡은 강렬한 비트의 댄스곡 ‘힙 송’으로 정했다. 이효리는 음반 발표 전에 섹시하고 발랄한 매력을 강조한 펑키룩 사진을 먼저 공개했다. 그는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 뮤직비디오에서 과거의 곡보다 한층 강렬한 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핵심 역량이 가수의 기본기인 가창력보다 시각적 효과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톱가수로 오래 자리매김하려면 라이브 무대에 걸맞은 가창력을 다지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 진정성 마케팅(Authenticity Marketing)-음악으로 승부


두 가수는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인정받겠다는 진정성을 드러냈다. 비와 이효리의 앨범 제목은 각각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백 투 더 베이직’, ‘효리만의 논리로 앨범을 완성했다’는 뜻의 ‘에이치-로직(H-Logic)’이다. 아이돌 그룹이 따라할 수 없는 경력을 강조하며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비는 앨범 수록곡 5곡 가운데 3곡을 작사 작곡했다. 이효리는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을 작사했고, 소속사 엠넷미디어는 기계음이 아닌 악기를 직접 연주한 ‘리얼 사운드’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비와 이효리가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하려면 성숙한 ‘실력파’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발라드를 부르는 것이 가장 무난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진정성 마케팅의 관건은 실제로 품질이 뒷받침되느냐다.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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