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승부한 일밤 시청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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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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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치중 90년대식 감동코드 남발
방송포맷 바꾸기 등 성격도 불분명

이달 초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한 MBC ‘일밤’의 한 코너 ‘헌터스’는 ‘동물 학대’ 등의 논란을 부르며 한달 만에 다른 코너로 대체된다. 사진 제공 MBC
이달 초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한 MBC ‘일밤’의 한 코너 ‘헌터스’는 ‘동물 학대’ 등의 논란을 부르며 한달 만에 다른 코너로 대체된다. 사진 제공 MBC
“유쾌하고 따뜻하게’라는 모토로 훈훈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지난달 ‘일밤’ 기자간담회, MBC 김영희 PD)

이달 6일 코너 3개를 전면 개편하며 새롭게 출발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현재 인기를 끄는 리얼 버라이어티들과 다른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웃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거나(KBS2 ‘1박 2일’), 출연진마다 뚜렷한 개성으로 시트콤 같은 재미를 주는(MBC ‘무한도전’) 대신 시청자에게 감동과 눈물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6일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8.3%로 출발한 일밤은 8.2%(13일) 6.6%(20일) 6.2%(27일)를 기록했다. 개편 전의 3∼4%대에 비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2 ‘해피 선데이’(27일 27.6%)와 비교하면 저조한 편이다.

새로운 일밤이 시청자를 잡지 못한 원인으로는 ‘식상한 감동코드’가 지적된다. 코너 중 하나인 ‘우리 아버지’에서는 MC 3명이 사무실이 많은 지역에서 회식하는 아버지들을 만나 가슴속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들에게 간을 이식받아 시한부 인생에서 벗어난 아버지 등 감동적 사연을 지닌 아버지들을 찾아낸 것은 성과이지만, 연락이 뜸했던 자식에게 전화해 “사랑해”라고 말한다거나 출연한 아버지 중 한 명에게 냉장고를 선물로 주는 것은 1990년대 일밤의 한 코너였던 ‘양심냉장고’를 연상시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밤은 공익성과 공공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내용 측면에서 시청자에게 다가가지 못했다”며 “변화하는 대중의 코드를 외면한 채 예전의 MBC ‘느낌표’ ‘양심냉장고’와 같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너의 성격이 명료하지 못한 것도 시청률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헌터스’는 연예인 생태구조대원이 전국 멧돼지 출몰 지역에서 농가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잡는 코너. 방송 전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아 멧돼지 ‘사냥’이 아닌 ‘축출’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한 달 만에 형식을 바꾸게 됐다.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헌터스-두 번째 프로젝트 에코하우스’에서는 출연진이 친환경 생활을 시도한다.

연출을 맡은 김영희 PD는 “12월 한 달은 시행착오 기간이었다”며 “자체분석 결과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에는 성공했으나 너무 무거워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추지 못했던 것 같다. 1월부터는 좀 더 유쾌하고 경쾌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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