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륜 없는 ‘착한드라마’ 시청률 상승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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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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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주말드라마 ‘그대웃어요’
코믹한 가족이야기 큰 공감

SBS ‘그대 웃어요’에서 톡톡 튀는 여주인공을 맡은 이민정(왼쪽)과 속 깊고 정 많은 남자주인공 역의 정경호. 사진 제공 SBS
SBS ‘그대 웃어요’에서 톡톡 튀는 여주인공을 맡은 이민정(왼쪽)과 속 깊고 정 많은 남자주인공 역의 정경호. 사진 제공 SBS
복수, 불륜, 출생의 비밀, 선악의 대결…. 드라마에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 비판과 칭찬이 공존하는 여느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과 달리 호평 일색이다. 9월 26일 첫 회 시청률 9.8%(TNS미디어코리아)로 출발해 지난달 29일 20회에서 17.2%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SBS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가 ‘훈훈한 가족드라마’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건설업체 회장이던 서정길(강석우)이 부도를 내고 그의 운전사인 강만복(최불암)의 집에 가족 전체가 얹혀살면서 두 가족이 겪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당초 30회로 기획됐으나 인기를 끌면서 46회로 연장됐다.

○ 탄탄한 연기력과 명대사

드라마의 중심축은 서정길의 막내딸인 서정인(이민정)과 강만복의 손자인 강현수(정경호)가 집안 몰래 하는 비밀연애 이야기다. 여기에 강현수가 8년간 짝사랑했던 서정길의 첫째딸 서정경(최정윤)이 개입하면서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코믹한 에피소드, 배우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연기가 시청자를 TV 앞으로 이끈다.

2006년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은 이민정은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20대 여성의 풋풋한 사랑,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지뢰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경호는 미묘한 표정 연기로 ‘한국의 짐 캐리 같다’는 평을 듣는다. 또 정 많고 속이 꽉 찬 남자 캐릭터를 잘 묘사해 ‘만두남’으로 불린다. 최불암 강석우 송옥숙 천호진 등 중년 연기자의 호연도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들이 곱씹는 명대사도 적지 않다. 17회에서 강현수가 과거 서정경을 짝사랑한 경험을 들려주며 서정인에게 “이런 나라도 돼?”라고 고백하자, 서정인은 18회에서 과거 자신이 한 번 결혼식을 올렸던 경험을 의식하며 “오빠야말로, 이런 나라도 돼…?”라고 답한다.

○ 잃어버린 가치의 재발견

강만복 집안의 거실에는 가훈 ‘분수에 맞게 살자. 정직하게 살자’가 붙어있다. 화장실 문에는 ‘불 꺼!’라고 써있다. 강만복은 극에서 절약, 근면, 가족애 등 현대사회에서 잊기 쉬운 가치를 가르친다.

김영섭 SBS 책임프로듀서는 “그동안 드라마들이 놓쳤던 삶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코믹하게 풀어내, 사람들의 순수한 감정을 파고든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대 웃어요’는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해 40% 넘는 시청률을 올린 SBS ‘찬란한 유산’과 유사하다.

서정인이 재벌 2세 이한세(이규한) 대신 평범한 집안에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 잡은 강현수를 좋아하는 점도 ‘조건’보다 ‘순수한 사랑’이 좋은 가치임을 내포한다.

○ 드라마와 시트콤의 조화

‘그대 웃어요’를 쓰는 문희정 작가는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발칙한 여자들’에서 코믹함을 적절히 섞어 웃음을 줬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강현수가 부엌에서 서정인을 뒤에서 껴안고 있다가 식구들이 들어와 들킬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서정인에게 ‘헤드록’을 걸고 심한 말싸움을 벌인 장면(19회)이 대표적이다. 극의 전개를 배배 꼬이게 하는 악역도 없다. 문화평론가 이영미 씨는 “3대가 등장하고 리얼리티에 코믹한 요소가 섞여 여러 세대가 즐겨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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