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도 밀어주는 사이’ 女매니저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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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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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여자매니저’ 뜨는 이유 3가지
편하다!…남다르다!…통한다!

“여자스타와 찜질방이나 목욕탕을 함께 갈 수 있잖아요.”

여자 매니저들이 말하는 차별화된 강점은 의외로 단순명쾌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부연 설명은 이보다 진지했다.

“속살까지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의 바닥까지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매니저라기보다 언니 혹은 엄마이자 때론 연인이 된다”고 말했다.

연예계 여자 톱스타 가운데는 여자 매니저와 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인 손예진은 바른손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숙 대표와, 채정안·한지민은 이정희 아바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오랫동안 일했다. 김하늘과 한가인도 예외는 아니다. 손예진은 연예인을 꿈꾸던 풋내기 시절 만난 김 대표와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다. 신인때부터 신뢰를 쌓아 충무로 톱스타가 된 지금까지 신의를 지켜온 셈이다. 세련된 스타일로 사랑받는 채정안은 고교 시절 다니던 학원 원장과 원생으로 처음 만난 이색 인연이 연예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올해로 경력 15년인 한 베테랑 여자 매니저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언니이자 엄마”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출연작을 결정하고 스타의 이미지를 만드는 단순한 ‘일’의 차원이 아니라, 눈 화장을 두고도 “색깔이 너무 짙다”거나 “마스카라가 번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이처럼 남들보다 더 세심한 눈으로 지켜보고 기탄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여자 매니저와 여자 스타의 관계라고 한다.

쇼핑을 하거나 여배우의 패션 스타일을 만들 때도 더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쓸 수 있는 감상적인 눈을 가진 건 여자 매니저만의 강점이다. 여배우 김하늘과 한가인의 소속사 J.ONE 엔터테인먼트 김효진 대표는 자신의 일에 대해 “여배우들과 늘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채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주로 여배우를 담당해온 김효진 대표는 무엇보다 여자 스타와 “소울 메이트나 베스트 프렌드가 되지 않고 일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녀가 담당했던 여자 스타와 신뢰를 쌓는 방법은 ‘생활 속의 공감’이다. “함께 맛집을 가거나 산에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정이 들고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된다.”

여자 매니저들이 여배우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불문율처럼 지키는 원칙은 있다. 아무리 인기가 있고 수입이 높은 스타라고 해도 이미지가 비슷한 연예인을 함께 두진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하늘과 한가인은 패션 아이콘으로 꼽히는 패셔니스타와 대표적인 미시스타란 점에서 개성이 전혀 다르다.

여자 연예인은 남자보다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대중들이 갖는 이미지가 생명인 여배우가 예기치 못한 스캔들이나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치명적이다.

경력 10년 차의 다른 여자 매니저는 “과거보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여배우에게 없어야 하고, 또 없으면 좋은 게 바로 스캔들과 루머”라고 말했다.

그녀는 “만약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서로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금방 금이 간다”며 “무엇보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여자 매니저와 일하는 여배우들 가운데는 유난히 ‘의리파’가 많다.

연예계에 입문할 때부터 여자 연기자와 일해 온 경력 8년의 한 매니저는 “내가 여배우와는 스캔들이 날 일이 없지 않느냐”고 털어놓았다. 간혹 연예계에서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의견충돌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건 “여자끼리 터놓고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여자 매니저들 역시 자신들이 스타의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꺼린다. “스포트라이트는 스타의 몫, 우리는 조력자일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난 여러 여자 매니저들은 사진은 물론 이름조차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씩이나 부탁했다. 이들이 남자 매니저에 비해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도 적고 함께 일하는 스타와 찍은 사진이 거의 없는 이유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녀들의 직업의식은 누구보다 확고하다. 매니저들은 이구동성 “배우보다 한 발짝 먼저 지식과 정보를 쌓아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배우 조민수 등이 속한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매니저는 부지런한 게 관건”이라며 “부지런하게 정보를 찾아 익혀야 배우와 함께 얘기하고 선택을 조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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