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사람은 왜] 아이비 3집 ‘I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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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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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Y, 더 당당하게 성(性)을 상품화 하라"

3집 앨범 ‘I BE…’로 돌아온 가수 아이비.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 사진 더 보기
3집 앨범 ‘I BE…’로 돌아온 가수 아이비.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 사진 더 보기


가수 아이비가 돌아왔습니다. 2년여 만이죠.

한때 그녀는 가요계의 차세대 섹시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형스타로 발돋움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서구적인 얼굴과 몸매, 발라드까지 소화하는 가창력, 댄스가수로서는 필수적인 춤. 게다가 국민 남동생 박태환과 사촌이라는 설. 모든 게 완벽했죠.

그러나 문제는 남자친구가 만들었다는 '야릇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사실 그 비디오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비의 소속사가 조기 진화를 위해 서둘러 인정 아닌 인정을 해버렸죠.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그녀는 최근 세 가지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

첫 번째 모습은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Touch Me' 뮤직비디오의 아이비입니다.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대는 'Touch Me'의 아이비는 2년 전 보다 훨씬 더 섹스어필 한 움직임과 비쥬얼을 선보입니다.

때로는 반라의 남성들과 밀폐된 좁은 유리 공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때로는 텅 빈 콘크리트 공간에서 벽에 기대어 관능적인 몸매를 과장될 정도로 흔들어댑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의 섹시 아이콘보다도 직접적이고 강렬한 관능미를 뽐냅니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말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신작 앨범은 논란을 고려해 안전한 길을 택했다. 출처·IVY 3집 앨범 ☞ 사진 더 보기
이번에 출시된 신작 앨범은 논란을 고려해 안전한 길을 택했다. 출처·IVY 3집 앨범 ☞ 사진 더 보기


두번째 모습은 '눈물아 안녕'이라는 발라드 곡의 아이비입니다.

배우 김사랑, 김태우가 출연한 이 뮤직비디오는 일본의 벚꽃 길과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순수하고 슬픈 사랑을 그려냅니다. 발라드는 아이비가 여타의 섹시가수들과 달리 가창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뽐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스캔들의 이미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며, 결정적으로는 먼저 컴백한 백지영의 성공 루트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 모습이 스캔들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비가 선택한 두 가지 전략일 것입니다. 섹시와 청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성질을 한 몸에 지닌 아이비. 하지만 섹시와 청순이라는 컨셉은 2년 전 아이비에게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컴백을 하면서 이전보다 강화되긴 했지만 말입니다.

진정 문제는 강화된 섹시와 청순이 아이비를 바라보는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는 세 번째 모습입니다. 컴백을 알리는 쇼케이스에서 그녀가 보여 준 것은 격렬한 춤 동작에 말려 올라가는 짧은 치마를 자꾸만 잡아 내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공중파 방송에서 아이비는 뮤직비디오와 쇼케이스에서 입었던 초미니스커트 대신 바지를 선택했습니다. 자기 스스로도, 또 방송이라는 시스템 권력도 그녀를 자꾸 주춤거리게 만듭니다.

아이비의 장점은 당당한 섹시함이다. 스포츠동아 임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아이비의 장점은 당당한 섹시함이다. 스포츠동아 임진환 기자 ☞ 사진 더 보기


잔인한 대중과 살벌한 시장 사이에서…

여기에 아이비의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발라드 곡도 부르고, 자신의 삶에 당당하고 싶다는 눈물 어린 인터뷰 동영상도 보여주었지만 그녀는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섹시 여가수입니다. 치마 속 속옷을 감추는 듯하지만 그녀의 전략은 '방송 불가'를 통한 섹시 노이즈 마케팅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비는 섹시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아직 대중들의 뇌리에는 스캔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대중들은 자꾸만 섹시를 섹스와 연결시키려 합니다. 올라가는 치마를 그냥 둘 수도, 끌어내릴 수도 없는 상황. 이 딜레마가 다시 대중들 앞에 서기로 한 아이비를 계속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대중들은 참으로 잔인합니다.

오현경은 10여 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했습니다. 그것도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이거나 태권도로 아들과 학생들을 제압하는 체육교사 역으로 말입니다. 오현경이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미 대중들의 기억에서는 사라졌죠. 백지영도 역시 돌아왔습니다. 가끔 짐승돌과 섹시한 춤을 추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제 발라드 가수이거나, 연예인 야구단의 걸걸한 주무(단장이라고는 하나 역할로 보면 주무겠죠)가 더 어울립니다.

사람들은 오현경과 백지영을 보고 역경을 이겨냈다는 둥, 이미지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는 둥 칭찬의 말을 늘어놓지만 실상 그들이 그녀들을 받아들인 것은 더 이상 섹시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인기 절정의 여자 연예인들이 섹시함을 잃고 여신에서 동네 아줌마가 다 되어서야 그들을 겨우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비의 컴백은 불안합니다. 그녀가 여전히 섹시하고 어쩔 수 없이 섹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녀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가 섹스 스캔들 그리고 섹시함에 덜 민감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현경 이후 섹스 스캔들은 수도 없이 터져 나와 하나하나 다 열거하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흔들거리며 공중을 떠다니는 걸 그룹들의 엉덩이 대여섯 개를 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섹시함을 넘어 눈으로 섹스를 하는 지경입니다.

이 또한 아이비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지점입니다. 아무리 나쁜 뉴스라도 계속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확대재생산 되어야 하는 대중스타로서 그녀의 스캔들도, 섹시함도 모두 레드오션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그녀가 더욱 도발적이기를 기대한다. 출처·연합 ☞ 사진 더 보기
우리는 그녀가 더욱 도발적이기를 기대한다. 출처·연합 ☞ 사진 더 보기


금기 속에 갇힌 청춘, 도발을 꿈꿔도 좋다

대중들은 섹시 아이콘들에게 근엄하게 명령합니다. "섹시하되 섹스는 하지 말라!" 이 금기를 어긴 자는 거세가 되어야만 겨우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대중들 자신은 또 다른 섹시아이콘을 찾아 눈으로 섹스를 합니다. 어쩌면 대중들이 명령한 금기를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대중들이 상상하는 이미지를 팔아야 하는 스타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숙명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금기 이면에 숨어있는 대중들의 얄팍한 이중성에 저항 할 수는 없을까요?

미국의 섹스심벌이던 파밀라 앤더슨은 비디오가 유출되자 대중들에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나의 사생활을 봤으면 나에게 돈을 내라!"라고 말이죠. 결국 그녀는 소송을 통해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냈죠.

오현경과 백지영의 경우는 한국 인터넷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농담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보상금은 커녕 거세된 상태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장기하 식으로 말하자면 "멱살 한번도 못 잡아 보고" 말입니다.

딜레마와 레드오션에 빠져있는 아이비. 차라리 멱살 한번 잡아보자고 덤벼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차피 멱살잡이도 대중들에게는 하나의 상품일 수 있으니까요.

말려 올라가는 치마를 놓아버리면 어떨까요? 대중들이 섹시를 섹스로 더욱 연결시키도록 놓아두면 어떨까요?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당당하게 살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살아온 게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대중들에게 되물으면 어떨까요?

물론 불가능하리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모습을 자꾸 상상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조희제 / 문화평론가 sira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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