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별★말씀] 술의 남자 바비킴 “돈보다 의리”

  • 입력 2009년 8월 19일 08시 16분


연예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비킴(사진)이 상당한 애주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바비킴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사주는 사람’이라고 할 만큼 그는 술을 참 좋아한다. 또 그는 누가 ‘OO일에 술 한 잔 하자’라고 하면 그날을 기다렸다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라고 말해 가벼운 인사치레로 했던 사람을 머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비킴이 ‘술 사주는 사람’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약 1년 반 전의 이야기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힙합뮤지션 A의 “한 잔 하자”는 말에 선뜻 술자리로 나갔다. 거기엔 A의 소속사 대표도 있었다.

평소 힙합 뮤지션들은 이른바 ‘크루’ 혹은 ‘패밀리’란 연대의식이 있어 소속사가 달라도 다른 음악인의 매니저들과도 곧잘 어울리곤 한다. 바비킴 역시 친분이 있는 A의 소속사 대표여서 별다른 부담없이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런데 적당한 술기운이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줄 무렵, A의 소속사 대표가 바비킴에게 슬며시 수억원대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자신과 일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바비킴은 대답 없이 A와 그의 소속사 대표에게 한 잔씩 건내고 건배를 제안한 뒤 단번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오늘 술자리 이것으로) 됐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날 술값을 내고 조용히 술집을 나가버렸다.

당시나 지금이나 바비킴은 수중에 많은 돈을 넣고 다니며 허세를 부리는 성격이 못된다. 주머니에는 달랑 몇 만원 넣고 자가용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얼마 전 대출을 받아 서울 길음동에 아파트를 마련해 부모를 모신 것을 행복해 하는 소박한 심성이다. 생활이 검소하다 보니 해외 공연이나 여행 다닐 때도 바퀴가 하나 빠진 낡은 트렁크 가방을 계속 갖고 다녀 보다못한 소속사 대표가 새로 장만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돈에 대해 특별한 욕심이 없다 보니 누구보다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잘 이해해주는 현 소속사와 대표를 단순히 돈을 더 받자고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바비킴은 현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 액수는 그가 술집서 제의받았던 금액보다 훨씬 적었다.

요즘 연예계에서는 전속계약 문제를 두고 연예인과 기획사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스타들은 “계약이 부당하며, 기획사를 위해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고, 기획사는 “거액을 들여 키워놨더니 은혜도 모른다”고 발끈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바비킴과 똑같이 행동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또 강요해서도 안된다.

다만 연예인과 소속사가 단순히 계약서상의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바비킴처럼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길을 걷는 동반자일 수도 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하지 않을까.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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