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공감 ‘해운대’ 관객 500만 돌파의 힘은…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슬픈 사랑에 울고
따뜻한 사연에 웃고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의 지진해일(쓰나미)이 전국을 덮쳤다.

해운대에 몰려온 지진해일을 다룬 ‘해운대’는 개봉 13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앞세우며 흥행 해일을 일으키고 있다. 여름방학을 겨냥해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와 ‘업’도 ‘해운대’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제작사 JK필름은 “7월 22일 개봉 이후 8월 2일까지 전국 관객 483만6002명을 동원했다”며 “주중에도 하루 30만 관객이 들고 있어 3일 5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712개 극장에서 이번 주말에만 120만7162명을 끌어들였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다.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가 5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도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다.

○ ‘10∼70세’ 관객의 힘

공동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주말이 휴가철이었는데도 관객 수는 매일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 30대뿐만 아니라 10∼70대 가족단위 관객들이 극장을 찾으며 흥행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맥스무비 예매 사이트에 따르면 30대(38%)와 40대(24%) 이상의 관객 예매율이 10대(3%) 20대(36%)의 예매율을 앞선다. 낮 시간대 중장년층의 단체관람 문의도 꾸준히 이어진다. 영화를 관람한 주부 박경순 씨(44·서울 서대문구)는 “한마디로 웃기다가 울리는 영화였다. 코믹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가족애를 그린 부분에선 너무 안타까웠다. 자녀와 함께 보며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다양한 관객 입맛에 맞춘 에피소드

‘해운대’는 주인공 한두 명이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주인공인 상가번영회 회장 만식(설경구)과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하지원)의 연정을 주축으로 해양구조대 대원 형식(이민기)과 철없는 삼수생 희미(강예원)의 만남, 지질학자 김휘(박중훈)와 전처 유진(엄정화) 등 여러 인물군과 에피소드를 배치해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에 맞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0대 관객은 형식과 희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부부 관객은 이혼한 부부의 관계와 김휘의 부성애에, 중장년층은 면접을 보러 가는 아들을 위해 구두를 사러 가다 희생되는 동춘 어머니의 모습에 공감했다.

○ 한국형 블록버스터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닌, 쓰나미도 있는 영화다.”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해운대’는 ‘한국적 정서가 강한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 지진해일 장면의 컴퓨터그래픽(CG)에 ‘퍼펙트스톰’ ‘투모로우’의 한스 울리크를 기용해 제작비 절반을 투입했지만 이 CG는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에야 처음 등장한다. 화려한 볼거리 이상으로 코미디와 드라마도 강조했음을 증명한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을 흥행시킨 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2년이 걸린 것도 이 때문.

영화 평론가 전찬일 씨는 “다양한 가족 에피소드에 최루성 감동과 코미디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볼거리마저 충족시켰다”며 “특수효과보다 드라마에 방점을 찍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인정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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