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변호사 “영화가 날 불렀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전주국제영화제 장편영화 출품작 ‘섹스볼란티어’에서 죄수 역으로 출연한 김용희 인천지법 판사(위)와 신부 역으로 출연한 홍승기 변호사(가운데), 밤무대 가수로 출연한 노회찬 전 의원 보좌관 신민영 씨.
전주국제영화제 장편영화 출품작 ‘섹스볼란티어’에서 죄수 역으로 출연한 김용희 인천지법 판사(위)와 신부 역으로 출연한 홍승기 변호사(가운데), 밤무대 가수로 출연한 노회찬 전 의원 보좌관 신민영 씨.
김용희 판사-홍승기 변호사 ‘장애인 性인권’ 영화 출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섹스…’서 죄수-신부役 열연

현직 판사와 변호사가 출연한 영화가 최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 장편경쟁 부문에 초청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주인공은 김용희 인천지법 판사(30·사법시험 48회)와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인 홍승기 변호사(50·사시 20회). 이들은 8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장편영화 ‘섹스볼란티어(SEX VOLUNTEER)-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에 각각 죄수와 신부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레게 머리’ 괴짜 보좌관으로 유명한 사법시험 합격자 신민영 씨(32)도 밤무대 가수 역으로 출연했다.

조경덕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체장애인들의 성(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사랑 한 번 못해본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천길은 장애가 악화되면서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여성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다”고 고해성사를 한다. 천길은 신부의 소개로 성적 자원봉사에 대한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예리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지만 순수한 ‘자원봉사(Sex Volunteer)’라고 강변한다.

조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돼 있는 장애인의 성적 권리 문제에 다소 불편하지만 과감하게 접근했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 등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홍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법률가로서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관심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 후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자격까지 땄지만 아역 배우 시절 몸에 뱄던 연기에 대한 욕구를 버리지 못했다. 결국 연극협회 고문변호사를 맡게 됐고 한국배우협회 정회원 자격도 얻었다.

김 판사의 연기 욕심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법대 연극회에서 처음 연기를 접한 그는 군법무관 시절 홍 변호사의 소개로 춘천극단에 들어가 활동하다 2006년 강원도연극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금은 바쁜 재판 업무 때문에 연기활동을 잠시 접었지만 직장인연극회인 극단 ‘틈새’의 스태프로 연기자들을 돕고 있다.

김 판사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을 정리해 놓은 개인 미니홈피를 소개했다. 홈피에는 그가 틈틈이 쓰고 그린 글과 만화도 많이 올라 있었다. 김 판사는 “꿈을 잊지 않고 시간을 아껴 쓰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기회가 되는 대로 비상업 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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