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부정적 묘사? 스타트렉은 달랐어요”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사 술루 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존 조. 사진 제공 퍼스트룩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사 술루 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존 조. 사진 제공 퍼스트룩
항해사 술루역 한국계 존 조 방한

“배우로서 가진 강력한 도구는 원치 않는 배역을 ‘노’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아닐까요.”

7일 개봉한 영화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사 술루 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존 조(조요한·37)가 이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을 보면 아시아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거의 없었지만 ‘스타트렉’의 술루는 달랐다”며 “‘로스트’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만든다는 말을 듣고 바로 에이전트에게 전화해 출연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배우는 발전을 위해 주어진 역할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달라요. 아시아인을 나쁘게 혹은 틀에 박힌 방식으로 그릴 때마다 용기를 내서 의견을 얘기했어요. 물론 불이익도 있었겠죠. 수입이 나도 모르게 줄었다든지.”(웃음)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영화 ‘아메리칸 파이’(1999년)를 비롯해 코미디 영화 ‘해럴드와 쿠마’(2004년)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대학 시절 첫 연극 ‘우먼 워리워’에는 배우 김윤진과 함께 출연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술루 역은 원래 일본 배우가 맡았다. 이에 대해 존 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일본 배우가 한국인 역할을 맡는 걸 보면 화가 났다”며 “하지만 술루는 일본인 캐릭터가 아니다. 국적에 상관없이 아시아인에게 열려 있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올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난 한국인이지만 때로 미국인이고, 어떨 때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동시에 아시아계 배우이기도 해요. 지금은 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의 나라에 왔으니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와 닿네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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