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말랐다 생각했는데 청취자들 격려에 또 눈물”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7개월만에 라디오방송 복귀한 정선희 씨

개그우먼 정선희(사진)가 7개월여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그는 13일 낮 12시 2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첫 방송한 SBS FM ‘정선희의 러브FM’을 마친 뒤 “지난 7개월 동안 하루가 일 년 같았다”면서 “시간이 너무 안 가고 숨 막히는 일들이 많아서 마이크 앞에 다시 앉을 수 있을 거라 감히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초 남편 안재환의 사망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방송 중에 청취자 게시판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글을 읽고 ‘제가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줄줄 났습니다. 절 믿어주는 가족과 친구가 없었으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는 방송 첫머리에서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앉으니 진짜 많이 떨린다”며 “모퉁이는 우리를 설레게도 하고 가끔 경계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와 또 다른 모퉁이를 만난 지금 무척 조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복귀 시점에 대해 “걱정스러워하는 분들도 계셨고 나 역시 용기를 낼 때인지, 조금 더 시간을 둬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래도 한 발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힘내는 모습 보여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의 격려 사연을 읽으며 “눈물이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계속 나온다”는 그는 “아직 이겨내야 할 것도 많고 풀어가야 할 것도 많은데 혼자 방에 숨어있을 때보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선희의 러브FM’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날만 6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왔다. 그의 방송 복귀를 격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민석 PD는 “정선희 씨가 부드럽게 잘 적응할지, 복귀에 대한 청취자들의 정서적 반응은 어떨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첫 방송에 대한 평가가 생각보다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최소한 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는 게 제가 가야할 길 인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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