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폰 잡은 ‘시인의 시선’ 호소력은?… 과도한 친절에 울어야 할까?

  • 입력 2009년 3월 11일 07시 37분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감독 원태연, 제작 코어 콘텐츠 미디어)의 내용은 지극히 통속적인 최루성 멜로다. 하지만 독특하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감독은 시인 출신 원태연(사진)이다. 그는 단 한번도 영화를 만들어 본적이 없을 뿐 아니라 연출부 경험이나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원태연은 사랑에 빠진 남녀를 설레게 한 시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를 쓴 주인공이다. 그의 서정적이고 풍부한 감성을 영상을 통해 그대로 표현할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베테랑 감독들도 머릿속 혹은 시나리오에 담긴 것을 영상 언어로 통역하는데 진땀을 흘리는 게 영화다.

그래서 원태연 감독은 자신이 아직 부족할 수 있는 영상언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내레이션이라는 표현 수단을 택했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깊은 슬픔을 그려냈다. 권상우가 연기한 케이, 이보영의 크림은 모두 어렸을 때부터 홀로 성장했다. 외로움에 사무친 두 사람은 고등학교시절 우연히 만났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 사랑했는지 서로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함께 살지만 결코 연인은 아닌 두 사람은 어느 날 서로가 함께 할 시간이 결코 많이 남자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케이는 평생 크림을 행복하게 해줄 완벽한 남자를 찾고, 반듯한 치과의사 주환을 만난다.

영화는 “사랑하는데 말이 필요하다면 벙어리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니?” 등의 감성어린 시적인 표현의 대사가 넘친다. 이처럼 친절한 멜로는 화이트데이까지 앞둔 3월 초와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 친절함이 마냥 고맙지만은 않다. 힘을 뺀 권상우, 안정감 전체를 뒷받침한 이범수의 절제된 연기, 그리고 신인감독의 짐을 덜어준 베테랑 이모개 촬영감독의 노련함이 돋보이지만, 관객의 감성을 흔드는 슬픔의 깊이에서는 아쉬움을 준다.

더구나 중간 중간 삽입된 코믹한 장면은 멜로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가끔 쉬어가라는 감독의 배려였을까? 하지만 관객에 대한 과도한 친절이 아닌가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화보]정통 멜로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시사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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