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드라마 시청률, 수난형은 뛰고… 복수형은 기고…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시청자가 많이 보는 불륜드라마의 조건은 따로 있을까. 불륜을 소재로 다루면 최소한 시청률에서 참패는 면한다고 방송가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반드시 시청률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올해 1월부터 11월 2일까지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 70편 중 주요 인물이 불륜과 연루된 드라마는 13편 안팎. 주요 인물이 아니더라도 극중 불륜에 대한 언급이 나온 드라마는 20여 편에 이른다. 이 드라마들이 다루고 있는 불륜의 유형과 평균 시청률을 통해 상관관계를 가늠해봤다.

○ 불륜 남편의 수난사를 선호

바람기 있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대가로 아내 혹은 사회로부터 수난을 당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남자들의 ‘수난형 불륜’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남편 한원수(안내상)와 이기적(오대규)의 몰락을 그린 SBS ‘조강지처 클럽’(평균시청률 27.9%·TNS 미디어 집계)과 동료 고은지(차예련)와 바람피우는 철없는 연하 남편 박재성(봉태규)이 등장하는 ‘워킹맘’(14.5%)이 대표적인 예다.

3일 처음 방영된 SBS ‘아내의 유혹’은 남편 정교빈(변우민)이 아내의 단짝 친구와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으로 전작 ‘애자언니 민자’보다 높은 시청률(11.9%)로 출발했다. 여기서도 남편 교빈은 내연녀에게 뻔뻔하게 임신중절을 요구하는 등 코믹하고 철없이 그려진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시청자가 드라마에 기대하는 것은 마당놀이처럼 질펀하게 판을 벌여놓고 같이 욕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현실에서 감당하기 힘든 불륜을 드라마에서까지 심각하게 접근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아내의 ‘복수형 불륜’은 시청률 저조

아내의 자아 찾기 혹은 남편의 바람에 맞서 맞바람을 목적으로 불륜을 저지른 아내들의 ‘복수형 불륜’은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편의 오랜 외도를 깨닫고 죽으러 떠난 일본 홋카이도에서 10세 연하 준수(이동욱)를 만나 사랑에 빠진 윤혜진(오연수)이 등장하는 ‘달콤한 인생’(8.0%)이다.

이 드라마는 아내의 맞바람이라는 상투적인 외형에도 서른여섯 살 주부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편의 외도에 옛 애인과 맞바람을 피운 이황(문소리)이 주인공인 ‘내 인생의 황금기’(8.6%)도 부진했다.

이는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40∼60대 중장년 여성이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여성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보다 피해자의 처지에서 보는 것에 더욱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이 불륜의 가담자가 되는 것에 불편해한다는 것. 실제로 전국 가구 및 개인의 성·연령별 시청률(2008년 1월 1일∼11월 1일)을 분석한 결과 ‘조강지처 클럽’은 60대 이상 여성(24.0%)이, ‘워킹맘’은 50대 여성(11.2%)이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주 시청층을 40, 50대 여성에 맞추다 보니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편의 불륜도 시청률에서 고전했다. 이유는 여성이 아닌 남성들의 판타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나이 12세 차를 극복하고 불륜에 빠지는 홈쇼핑 회사 간부와 신입 PD가 등장하는 KBS ‘아내와 여자’는 7.6%의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위암 완치율, 1기 발견땐 4기의 ‘17배’

“美대선 전 정부와 수차례 접촉… 오바마측, 자동차 추가협상 방안 이미 전달”

씨 마른 명태… 서해로 간 오징어…동해가 수상하다

한채 가진 직장인, 은퇴후 기초생활비 조달방법은?

美게임캐릭터가 닌텐도서 한복 입은 사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