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너마저…아침드라마 ‘불륜’이 명약?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05분


복잡한 불륜 공식…막오른 아침드라마 ‘아내와 여자’

“아침 드라마, 결국은 ‘불륜’이 명약?”

4월 건강한 소재의 아침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KBS가 ‘불륜 카드’를 전면에 꺼내들었다. 20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아내와 여자’는 전형적인 ‘불륜 코드’의 드라마이다.

홈쇼핑 회사 간부로 냉정하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한 남편 권태환(이주석)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아내 박연하(이응경)는 화목한 사이다. 일 밖에 모르던 남편은 부하 직원의 아내이자 회사의 PD인 강희수(고은아)에게 빠져 가정을 버리고 떠난다.

아내도 아이 학교 미술 선생님인 서욱현(조성하)에게 연민을 느끼고 영혼의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다. 욱현도 아픈 아내 뒷바라지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연하에게 끌리는 마음을 참기 어렵다. 여기에 연하의 동생 준하(홍일권)도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첫사랑 여진(이일화)과 다시 만나면서 남편, 아내, 동생 부부의 다채로운 불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요 남녀 연기자들이 모두 불륜에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아침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불륜 공식이다.

‘건강한 드라마’를 표방했던 전작 ‘난 네게 반했어’의 시청률은 방송 3사 아침드라마 중 가장 낮은 10% 안팎. ‘범생이 가족’, ‘콩가루 가족’, ‘애증으로 똘똘 뭉친 가족’ 등의 이야기로 ‘담백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가장 하위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이복 자매가 한 남자와 관계를 맺는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거센 비난을 받은 MBC ‘흔들리지마’는 아침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내달리고 있다.

결국 KBS는 새 드라마에서 ‘시청률’이라는 현실과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이상사이에서 전자를 택하고 말았다. ‘아내와 여자’의 연출을 맡은 전성홍 PD는 “소재가 불륜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불륜 드라마가 아닌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불륜보다 사랑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상황이나 심리에 치중해 감정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차별화 방향을 밝혔다.

대본을 맡은 한준영 작가는 “바람 피우는 남편을 두고 아내가 현명하게 대처해 가정을 지켰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누가 뭐라든 자기 인생을 찾으려고 용기를 내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관련기사]끝없는 아침의 불륜…재밌는걸 어떡해?

[관련기사]‘통속 3종세트’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마?

[관련기사]남편은 육체적 불륜, 아내는 정신적 불륜

[관련기사]착한 여자의 복수냐 독한 여자의 음모냐

[화보]MBC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 제작발표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